희지의 세계, 황인찬, 민음사, 2015(15)


 


 


 


 


 


 


은유


 


 


 저녁과 겨울이 서로를 만진다 초등학교 구령대 아래에서 누가 볼까 두려워하며


 


 겨울이 저녁을 움켜쥐고, 저녁이 약간 떨고, 그 장면은 기억에 있다


 


 어두운 운동장이 보인다 기울어진 시소와 빈 그네도 보인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세계가 보인다


 


 누가 우릴 본 것 같아, 저녁이 말했고


 겨울이 저녁을 깨물었다 그러자 저녁이 검게 물들고


 


 그 장면은 기억과 다르다


 장면이 모이면 저녁이 되고, 기억이 모이면 겨울이 되는,


 


 그런 세계에서


 


 너무 어린 나는 늙어간다


 늙어 버릴 때까지 늙는다


 


 이 학교는 나의 모교이며, 나는 여기서 따돌려지고 내쫓겼다 말하고 보니 정말로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저녁의 기억


 겨울이 저녁을 핥았는데 그것은 기억 속에서의 일이었다


 


 저 멀리서 손전등의 불빛이 다가올 때는


 구원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은 누구의 기억인가 그것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other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면혁명 - 아리아나 허핑턴  (0) 2016.10.19
타투리얼리스트 - 니콜라 브륄레  (0) 2016.10.19
흰 - 한강  (0) 2016.10.17
불꽃 - 마타요시 나오키  (0) 2016.10.17
엄마, 나 또 올게 - 어머니 홍영녀 딸 황안나  (0) 2016.10.1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