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겠습니다, 이나가키 에미코, 엘리, 2017(1판6쇄)
언제든 채워진다는 것은, 물건이 없던 시절에는 엄청난 호사였을 겁니다. 하지만 언제든 무엇이든 다 있는 지금,
‘있다’는 것을 호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오히려 ‘없다’는 게 훨씬 사치스럽습니다. 훨씬 더 호사입니다.
특히 모든 일은 대체로 일이 잘 풀려갈 때 잘못의 씨앗이 자라기 마련이지요.
회사원은 정신없이 일하고 정신없이 버는 게 인생의 ‘황금기’이고 가장 빛나는 시절처럼 생각하기 쉬운데, 생각해보면
사람의 일생에서 겉이니 속이니, 본방이니 연습이니, 그런 게 있을리 없습니다. 모든 시간이 더없이 소중한 자기 인생입니다.
회사란 조직을 두려워하다보면, 이상하거나 부조리하다 싶은 부분이 있어도 조직의 힘 앞에 목소리를 내길 주저하게 됩니다.
“나, ‘아사히신문을 바꾸는 모임’이라는 걸 만들었어.” 언제부턴지, 그런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회원은 나 한 사람입니다.
이 무렵이 되자 나는 ‘회사란, 조직과 개인의 전쟁터’라는 생각을 품게 되었습니다. 조직은 강합니다. 하지만 강하기에 한편으론 약하기도 합니다.
좋은 게 좋은 거다, 줄을 잘 서라 등등.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과 나약함이 집단이 되면서 곧바로 가시화되고, 조직 그 자체를 좀 먹습니다.
이를 막는 것은 개인의 힘 밖에 없습니다. 혼자서 판단하고, 혼자서 책임을 지며, 혼자서 움직입니다. 작은 힘입니다만, 자기 혼자 결단하기만 하면,
아무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약하지만 강합니다.
중요한 것은 능력보다, 쓸모없는 자존심을 버릴 수 있는 힘! 내게 그럴 힘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힘이 없다면 그런 힘이 생기도록 노력해야죠!
“물건을 손에 넣으면 풍요로워진다”는 발상은 급속도로 과거의 산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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