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인간, 무라타 사야카, 살림출판사, 2016(초판13쇄)







 대학생, 밴드를 하고 있는 젊은 남자, 프리터, 주부, 야간 고등학교에 다니는 남학생 등 다양한 사람이 같은 제복을 입고 ‘점원’이라는 균일한 생물로 다시 만들어져가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날의 연수가 끝나자 모두 제복을 벗고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꼭 다른 생물로 옷을 갈아입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손님’이 이렇게 소리를 내는 생물인 줄은 미처 몰랐다. 울려 퍼지는 발소리에 목소리, 과자 봉지를 바구니에 던져 넣는 소리, 차가운 음료가 들어 있는 냉장고 문 여는 소리. 

나는 손님들이 내는 소리에 압도당하면서도 지지 않으려고 “어서 오십시오!”를 되풀이해서 외쳤다.




 정상 세계는 대단히 강제적이라서 이물질은 조용히 삭제된다. 정통을 따르지 않는 인간은 처리된다.

 그런가? 그래서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고치지 않으면 정상인 사람들에게 삭제된다.

 가족이 왜 그렇게 나를 고쳐주려고 하는지, 겨우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아직은 ‘쓸 만한’ 도구다. 안도와 불안, 양쪽을 내장에 품고 “아니, 돈을 벌고 싶으니까 오히려 기뻐요!” 하고 스가와라 씨의 말투로 재잘거리며서 미소를 지었다.




 “보통 사람은 보통이 아닌 인간을 재판하는 게 취미예요. 하지만 나를 쫓아내면 더욱더 사람들은 당신을 재판할 거예요. 그러니까 당신은 나를 계속 먹일 수밖에 없어요.”




 아기를 데리고 있지 않은 여동생을 오랜만에 보았기 때문에, 뭔가 물건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나는 함께 갈 수 없어요. 나는 편의점 점원이라는 동물이에요. 그 본능을 배반할 수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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