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 죽이기 1,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2017(1판 3쇄)




 

 밤의 숲은 한낮에 산책할 때와는 그 모습이 전혀 달랐다. 지금 이곳은 오로지 밤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며, 그 원리에 나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는 지난 일을 뒤늦게 후회하는 부류의 인간이 아니다. 자신은 가정생활에 적합한 인간이 아니라는 점을 멘시키는 잘 알았다. 아무리 사랑하는 상대일지라도 타인과 일상을 공유할 수는 없다.

그는 매일 고독한 집중력을 필요로 했고, 그 집중력이 누군가의 존재로 인해 흐트러지는 것을 참지 못했다. 누군가와 함께 생활한다면 언젠가 그 사람을 미워하게 될지 모른다.




 세상에는 못을 박아야 하는 망치고 있고 망치에 박혀야 하는 못이 있다, 라고 말한 이가 누구였더라? 니체였던가, 쇼펜하우어였던가. 아니면 그런 말은 아무도 하지 않았는지 모른다.




 숲의 정적 속에서는 시간이 지나고 인생이 흘러가는 소리마저 들려올 것 같았다. 한 사람이 가고 다른 사람이 온다. 한 생각이 가고 다른 생각이 온다. 한 형상이 가고 다른 형상이 온다. 

나 자신조차 반복되는 나날 속에서 조금씩 무너졌다가 재생된다. 무엇 하나 같은 장소에 머물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은 상실된다. 시간은 내 등뒤에서 조금씩 죽은 모래가 되어 무너지고 사라진다.

나는 그 구덩이 앞에 앉아 시간이 죽어가는 소리에 마냥 귀를 기울였다.




시간은 제자리에서 서성거리며 내 혼란이 가라앉기를 가만히 기다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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