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는 여전한지
클럽에서 갓 나온 사람들과 지하철에서 갓 나온 사람들의 피로한 눈빛이 서로
엇갈리는 사이로 비둘기가 지나다니고
거기는 여전한지
여자 벗은 명함이 누가 엎어버린 밥상처럼 흩어지고
치매 걸린 농부가 곡식인 줄 알고 쓰레기를 줍듯 청소부가 지나가고
거기는 여전한지
기어코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걸 주문하고서야 편히 잠에 들고
그 달이 바뀌기 전에 이미 뭘 샀던 건지 기억해낼 수가 없는
거기는 여전한지
숨을 몇 번 쉬어보기도 전에 한 해가 다 가고
성공한 소수의 몇몇은 꿈만 포기하지 않으면 모두가 성공할 수 있을 것처럼 이야기하고
거기는 여전한지
보편인들이 보편인들의 사상과 정서를 반복하고 돈독하고 강화하고
거기는 여전한지
이미 삽대가리가 다 닳아버린 막대기로 언 땅을 두드리며
깊어지고 싶다는 말만 중얼거리고
그래서,
거기는 여전한지
나는 여전히 거기에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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