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좋은 글은 솔직한 데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습관이 들지 않은 사람은

글을 쓰려고 할 때 너무 신경 쓰이는 게 많아서 쓸 수가 없다.


혹은, 아무 것도 생각이 나지 않아서 쓰지 못한다고 하는데

이것도 '재주'를 배운 적이 없어서라기 보다

'솔직하게 뭔가를 써본 시간'이 거의 없어서라고 할 수 있다.

 

솔직한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적는 것이 뭐 어렵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대부분은 '솔직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솔직한 생각이란, 진솔하게 생각한 뒤에 결정 내린,

자신이 스스로 책임지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데

보통은 진솔하게 생각한 뒤에 결정 내리는 과정 없이, 쉽고 빠르게 사고를 진행시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거짓말에 대해서 글을 쓰려고 한다면,

어떤 사람은 '해도 좋다', 고 생각할 테고

어떤 사람은 '해선 안된다', 고 생각할 것이다.

이들은 그것이 솔직한 자기의 생각이라고 여기며 글을 쓰겠지만

그들의 글은 거짓말은 해선 안된다, 왜냐하면,,,, 여기서 막히게 된다.

여기에 서툴게 몇 가지 이유를 적어넣더라도

어려서부터 수 천번은 듣거나 읽어왔을 구태의연하고 뻔한 이유가 달릴 뿐이고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지루해 고통스러워진다.


그것은 거짓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의 갈래가 스스로에게 솔직해지지 못했고,

대충 교육 받거나, 대충 주워 듣거나, 대충 경험한 상태에서

자기 해석이나 이해 없이 그냥 넘긴 채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학교에서 거짓말은 나쁘다,고 배운 아이가 거짓말은 나쁩니다, 라고 글을 썼다.

학교에서, 거짓말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라고 배운 아이가

거짓말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입니다, 라고 글을 썼다.

여기 어디에 솔직함이 있단 말인가.

그리고 나서 1년이 지났다.

이 아이는 1년사이 약 200번의 거짓말을 했다고 치자.

이제 한 학년 더 올라간 아이는 또 거짓말에 대한 글을 쓴다.

거짓말은 나쁩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입니다.

솔직한 생각을 하기보다 정해진 답을 생각하기 때문에 글쓰기가 어려운 것이다.

 

딜레마. 는 좋은 것이다.

딜레마. 는 솔직해지는 과정이다.

 

거짓말은 나쁩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나는 1년 동안 200번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러니 나는 아주 나쁜놈입니다. 쓰레기입니다. 라고 하면 어느정도 솔직하다.

 

거짓말은 나쁩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나는 1년 동안 200번이나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나쁜놈이겠지요. 그런데 이상하게 내가 나쁜놈이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습니다. 비겁하기 때문일까요? 근데 우리 엄마도 자주 거짓말을 하는데 '나만큼 속좋은 년도 없어'라는 말을 하십니다. 이상하네요. 우리 식구만 이런가요? 옆반 영칠이도...라고 하면 제법 더 솔직하다.

 

거짓말은 나쁘다고 합니다, 그런데 1년 동안 200번의 거짓말을 했는데, 타인에게 그다지 피해를 준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거짓말이 나쁘다는 것은 뻥인 것 같습니다. 라고 하면 또 어느정도 솔직하다.

 

보통,

거짓말에 대해 써보려고 책상에 앉았을 때

그 이전까지 거짓말에 대해 얼마만큼 솔직한 사고의 과정을 거쳤는가가

그 사람의 글을 빛나게 한다.

그건, '솔직함' 때문이라기 보다 '사고를 깊이 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 한번 사고를 깊이- 해보시라.

잘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사고는 '솔직해지려는 욕구'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거짓말은 나쁘다, 알았다, 하면 사고는 멈춘다.

거짓말은 나쁘다, 라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왠지 솔직하지 않은 것 같다.

좀 더 솔직한 대답을 생각해 본다.

다른 사람들의 말은 다 솔직한 대답인지 검토해본다.

생각하면 할수록 좀 더 솔직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딘가 좀 더 솔직한 대답이 있을 것 같다.

솔직해지려는 욕구 없이는 사고가 깊어지지 않는다.

 

대학시절,

초등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친 적이 있는데, 당시 교재에 '왕따'에 대해 글을 쓰는 과정이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에게 '왕따에 대해' 쓰라고 하니 형편없는 글들이 모였다.

 

그것들을 다 버리고, 얘기를 했다.

진짜 솔직히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아니란다.

한 아이는 그냥 상관 안한다고 했고, 지켜보면 가끔 재밌다고 했다.

두 아이는 주로 '왕따'를 시키는 재미로 학교에 간다고 했다. 왕따가 없다면 학교 가기가 너무 싫을 거라고 했다. 왜냐하면 학교는 너무 재미없고, 지루한데, 왕따가 있으면 신나고 재미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생각하는 바를 솔직하게 드러낼 수 없는 상황(사회, 문화, 교육)이

사람들의 글쓰기를 아주 어려서부터 엉망으로 만든다.

초등학교 2~4학년 사이, 아주 개구지고 글쓰기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남자애들에게 글쓰기를 시키면 

3~4줄 정도를 한참 걸려서 아주 힘들게 쓴다.

이 아이들에게 욕을 마음대로 쓰라고 시키면

20~30줄을 같은 시간 안에 써내고 으쓱거리며 자랑한다.

 

글은 도덕이나 규범이 아니다.

그리고, 도덕이나 규범은 글이 아니다.

 

글은 - 쾌락 - 이다.

솔직하게 글을 쓰면 사람은 쾌락을 느낀다.

글을 썼는데 쾌락이 1도 없고 힘들고 괴로울 뿐이라면 거기에 '솔직함'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왕따'로 돌아가서,

그런데 왜 솔직하게 쓰지 않았느냐고 물어보자, 당연히 그래야 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선생님이 싫어하고, 부모님이 뭐라고 한다는 뜻이다.

이 아이들 같은 경우, 공부도 반 5등 안에 드는 애들이어서 

성적에 해 끼칠 일은 교묘하게 피하는 습관이 들어있었다.

성적이 유지되야 자유가 보장됨을 아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너희 생각은 틀리고 어른들 생각은 맞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리고, '왕따'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선생님과 어른들에게

왜 너희들은 '왕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설득시켜보라고 했다.

 

그러자 한 아이가 이런 내용의 글을 썼다.

- 일제시대에 친일파가 있었는데, 조선사람들은 이 친일파를 같은 한국인이면서도 왕따 시켰지 않냐. 왕따도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좋은 왕따도 있고, 어른들도 왕따를 시킨다. 등등...

 

정확히 들어맞는 논리는 아니겠지만, 초등학교 4학년인, 글쓰기를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녀석이 이런 글을 쓰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솔직히 놀랐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글쓰기에서 고통을 느낀다.

연필을 꼭 쥐어야 하는 손의 고통 때문이기도 하고,

놀 시간에 앉아서 끄적여야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른이 억지로 시키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쓰는 것 자체가, 자기 생각대로 쓰기 보다, 부모나 선생이나 가상의 규범 같은

'뭔지 모를 그 테두리'를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골치가 아프고 갑갑한 것이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솔직하게 써야 하기 때문이고

스스로에게 솔직해 진다는 것은 보기보다 어려운 노동이며

'솔직함'과 '안솔직함'의 경계 또한 모호해서

언제나 과정만이 존재하고 스스로 답을 내야 하는데 그 답이 맞는지 틀린지 그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읻아. 


그러므로, 이미 오래전에 솔직하게 생각하는 법을 포기한 어른의 경우

글을 쓴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20년 이상 헤어져 있던,

골방에 처박아 둔 자신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며

이제와 새삼 솔직해지려는 욕구 따위가 생길리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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