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차별받고 싶지 않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차별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실 좀 미안한 일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차별할 때 기쁨을 느끼기 때문에,

차별하지 말아달라는 말은 기쁨을 참아달라는 말과도 같기 때문이다.

 

차별 받을 때의 불쾌감은 누구라도 경험해봤을 것이다.

그리고 잘 찾아보면

차별 할 때의 쾌감 또한 누구라도 경험해봤다는 것을 알게 된다.


차별은 상당히 모호한 개념인데

무엇이 차별이고 무엇이 차별이 아닌가의 사회적 보편적 판단기준도 모호하지만,

심리적으로 차별당했다고 느꼈느냐 느끼지 않았느냐 또한 차별의 판단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기준을 만들어놓은 들

그 기준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그 기준 자체로부터 자신이 차별받는다 느낄 것이고,

결국은 다수의 의견에 따라 기준이 조정 될 것이며,

다수의 의견에 따라 기준이 정해진다는 것 자체가 소수를 향한 차별행위가 된다.

 

차별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일단 제쳐두고,

사람은 왜 차별할 때 쾌감을 느낄까.


잘은 모르겠지만 본인이,

사람을 차별할 자격이나 권위가 있는 사람으로 잠시 착각해서 그런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창녀에게 돌을 던지던 여편네들은

우리는 저 창녀에게 돌을 던질만한 자격이 있는 여편네들이야

하는 쾌락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이 차별인 줄 인지하고 행동하진 않겠지만.


그러나 이 점을 생각해보자.

내가 차별하지 않았는데도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면

내가 차별하지 않았는데도 상대방은 이상하게 기분이 안 좋았다면

별이 아니었을까?


사람은 기본적으로 차별할 때 행복해지는 동물이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1.

내 애와 남의 애가 있다. 급식 시간에 내 애는 남의 애보다 좋은 반찬을 많이 받았다. 기분이 나쁘겠는가 좋겠는가. 그리고 당신이 마침 급식을 나눠주는 여편네였다고 생각해보자. 자기 자식에게 더 좋은 것을 나눠주었을 때, 지금 자신이 급식 나눠주는 여편네라는 것에 보람을 느끼겠는가 안느끼겠는가.


이번엔 좀 어려운 예를 들어보자.

2.

한국과 프랑스의 축구 시합때 당신은 편파적으로 한국만 응원하는 한국사람이 공평하지 않다고 느꼈다. 자신은 게임을 통한 편가르기라 할지라도 편가르기는 공평하지 않은 행위라고 여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과 프랑스의 축구 시합 때 공평하게 경기를 지켜보았고 잘 싸운 팀 모두에게(결과적으로 1:1이었다) 박수를 보내주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자기 편만 응원하는 남들과 다르게 공평하다고 생각하고 뿌듯함을 느꼈다.

 

첫 번의 경우도, 두 번째의 경우도, 차별의 기쁨은 작용한다.


내가 이 글을 쓰며, '다른 아이와 내 아이를 구분하는 데서 기쁨을 느끼는 여성'을 굳이 '여편네'라고 쓰며 분노하는 것도 차별이고, '내 아이와 다른 아이를 구분하는 행위'는 수준 낮은 행위야, 라고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나는 인지할 줄 안다고 하는 차별의 기쁨이 표출된 걸지 모른다. 


1. 내 주변의 것들은 남들 주변의 것보다 사랑스럽다.

2. 나는 남들보다 더 존중받길 바란다.(왠지 그게 맞는 것 같다.)

3. 나는 어떤 현상이나 물건이나 상황에 대해, 이런 평가를 할 만한 사람이다.

 

그런데 사실 이 차별의 요소들은 사람에게 있어 너무나 당연하게 존재하는 요소이다.

내 주변의 것들은 당연히 남들의 것보다 소중하며,

당연히 나는 남들과 다르고 남들보다 행복해져야 하며,

당연히 나는 남이나 제3의 무언가를 평가를 할 만한 수준의 사람이다. 

사람은 바로 이런 식으로 어떻게든 꾸역꾸역 살아가므로 - 차별이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여자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남자에게는 노예근성이 있다.

이를테면 흑기사에 대한 동경 같은 것인데(이를테면 최상급의 노예라고 할만하다)

이 흑기사 정신은 언제나 미모의 공주,를 향해 발휘될뿐이다.

이 낭만성의 극치는 미모의 공주를 향해 목숨을 바치는 순간 실현되는데,

'공주를 구하고 내가 죽더라도 기쁨을 느끼는 망상'은 언제나 공주의 미모나 품성이 이상적일수록 극대화된다.

 

이것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 사람이라면 내 목숨을 바칠만 하다"이고

다시 말하면

"사람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내 목숨을 바치기에는 내 목숨이 소중하다"정도가 될 것이다.


결국, 차별은 가치를 만들어내고, 가치는 사람의 행동을 유발한다.


역설적이게도 사람은 '평등의 가치'를 말하면서도-

차별에 의해 더 쉽고 강하게 '가치'를 경험한다.

 

 

 

 

 

 

 

 

'불나면들고나갈것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18. 꽃다발에 대해  (0) 2017.11.24
17. 조건 없는 애정에 대해  (0) 2017.11.24
15.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  (0) 2017.11.23
14. 마음은 왜 돌리기가 어려운가  (0) 2017.11.23
13. 감정의 속도  (0) 2017.11.2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