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여자친구가, 남자가 있는 모임에 나가거나
남자인 사람친구를 만나는 것에 대해 제재하는 건 옳지 않다.
자신의 여자친구가 20대 혹은 30대라고 가정할 경우,
여자의 20대라는 나이는 자신의 미모를 뽐내고 싶은 나이이며
폭넒은 사람과 폭넓은 만남을 쌓을 필요가 있는 나이다.
어쩌면 그 여성은
여기저기 어느 모임이건 자신을 초대하고 다양한 사람과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그런 삶을 꿈꿀 수도 있는 것이다.
때문에, 여자친구에게 연인과의 라이프만을 강요하거나 바라는 건 불편하다.
'사랑'은 연인과 하겠지만, 인생은 '사랑'만이 전부가 아닌 것이다.
그것은 마치 수영선수에게
"너는 나를 사랑하니까 이제부터 수영장에 가지마"
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수영선수는 자신의 연인을 사랑한다.
그러나 또한 수영을 사랑한다.
이 두 개의 사랑은 다른 것이다.
마찬가지로
남자친구에게서 듣는 '예쁘다'는 말과
다수의 남들에게서 듣는 '예쁘다'는 말 또한 다를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잘났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로부터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싶어 한다.
그리고 우린 누구나 자신의 잘난 점을 칭찬받고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
수영선수는 수영을
배구선수는 배구를
마라톤선수는 마라톤을
화가는 그림을
음악가는 음악을
학생은 공부를 하면 된다.
파티나 모임에 참석해 필요한 인맥을 만들고 싶다면
이를 지지해줄 필요가 있다.
우린 오직 하나뿐인 내 사랑과 모든 시간을 보낼 수는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내 인생을 위한 투자, 도전, 경험 등은 내 인생에 대한 의무다.
사랑은 물론 중요하나 인생보다 중요할 순 없다.
남자의 불안은,
특히 한국남자의 불안은 "자신이 여자를 안다"는 데서 온다.
또한 "자신이 남자들을 안다"는 데서 온다.
한국남자들은 모두가 자신의 여친에게 작업 걸 수 있다는 불안.
연인이 있어도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에게 홀릴 수 있다는 불안.
그런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지는 차치 하더라도,
결국 다른 사람과 썸 타게 될까 봐 자신의 연인의 사생활에 다른 이성을 배제시키는 이 졸렬한 행위는
그 자체로 그들의 사랑의 연약함을 증명한다.
어쩌면 그들이 지금까지 지켜봐온 '한국 연인'들의 연약함일수도 있고.
어쩌면 그것이 우리들 안에 자리매김한 솔직한 '한국 연인'들의 도덕성/윤리성의 정도일 수도 있다.
그토록 똑똑하고 현명하며 아름답고 지혜로운 자신의 연인임을 스스로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성에 대해서 만큼은 어리석고 추하고 지혜롭지 못한 사람으로 돌변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암담하다.
사랑을 부메랑에 비유한 드라마가 있었다.
거기서의 메시지와는 다르지만
연인 사이란, 특히 신뢰를 쌓은 연인 사이란 부메랑과 같다고 생각한다.
가급적 먼 곳까지,
자신의 눈과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연인이 떨어지더라도
이내 곧 자신에게 돌아올 거라는 확신과 믿음이 있어야 한다.
부메랑은 어떻게 자신의 연인에게 매번 돌아오는가.
가슴 속에 '내 연인'이라는 GPS를 부착한 채로 자신의 인생을 비행할 뿐,
실제로는 '내 연인'으로부터 떨어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서로의 가슴에 GPS를 심어두면 될 뿐,
상대방의 인생의 궤적이나 항로까지 조정하려 해선 안된다.
GPS가 언제꺼질까, 사라질까, 불안한 이들의 정신만이 이런 짓을 하며
사랑하기에 너를 통제한다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엄밀히 말하면 상대를 믿지 못해 불안해 그러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대부분 '믿지 못할 상대'를 연인으로 만나고 있는 것이다.
'불나면들고나갈것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 그런 대화가 하고 싶다 (0) | 2017.11.27 |
---|---|
22. 속아주지 못하는 사람 (0) | 2017.11.27 |
20. 방침을 사랑한다는 것 (0) | 2017.11.24 |
19. 토론의 쓸모없음에 대해 (0) | 2017.11.24 |
18. 꽃다발에 대해 (0) | 2017.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