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지하철에서 본 스파캐슬의 카피다.

 

주말에 하루 종일 잠만 자는,

우리 남편 바꿔주세요

데이트마다 영화만 보자고 하는,

우리 애인 바꿔주세요

 

라는 카피를 통해

주말이나 휴일 스파캐슬에 와서 놀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런 광고를 보면,

여전히 어떤 행동의 주도권이 남자에게 있는 세상임을 짐작할 수 있다.

 

내가 만약 패미니스트였다면, 이 광고를 무척 싫어했을 것이다.

 

주말에 하루 종일 잠만 자는 남편을 바꿔 달라

가 메시지의 전부라면 별 문제는 없다.

그러나 이 카피의 속 뜻은 이렇다.

<스파에 가고 싶은데, 그것도 모르고 잠만 자는 남편을 바꿔달라.>

<스파에 가고 싶은데, 그것도 모르고 영화만 보자고 하는 애인을 바꿔달라.>

 

다시 말해, 이 광고의 상황은 이렇다.

스파에 가고 싶은 여성이 있다.

그걸 모르는 남편과 애인에게 여성은 불만이 있다.

남편과 애인이 스파에 가고 싶은 여성의 마음을 알아채고, 데려갔으면 좋겠다.

 

나는 이 상황이, 여전히, 아직까지도,

한국의 여성과 남성들의 관계가 남성 위주로 되어있음을 시사한다고 생각한다.

 

스파에 가고 싶은 여성이 있다.

그 여성은 자신의 남편과 애인을 데리고 스파에 간다.

이게 바람직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여성에게 능동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이고자 하는 사람에게 능동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여성이 스파에 가고 싶다는 설정이므로 여성이 능동적으로 행동해야 자연스럽다.


그런데 왜 그런지 남자도 여자도 모두 다 보이지 않는 어떤 벽에 둘러싸여 도무지 빠져나올 생각이 없다. 


심지어 어떤 여자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자기가 하자고 말을 꺼내는 것을 자존심 상해 해야 한다.

그것을 남자가 알아채고 먼저 말해줘야 '자존'이 선다고 여긴다.


여자가 사귀자고 하고, 여자가 데이트 신청을 하고, 여자가 속마음을 솔직하게 얘기하면

여자도, 남자도 낯설어한다. 


21세기 첨단 스마트폰을 쓰면서도 

그리고 여전히, 낯설면 언짢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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