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B - 65, LE LABO
상탈33 Santal 33에 대해 제가 생각하는 이미지와 다른 누군가가 받는 인상은 제각각 완전히 달라요. 우리는 그 순수한 조우의 순간에 향 자체를 제외한 어떤 것도 영향을 끼치지 않길 바랍니다. 향수에 이름을 붙이면 그 향을
맡기도 전에 벌써 선입견을 갖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향수에 ‘미녀와 야수’라는 이름을 붙인다고 생각하보세요. 그것은 그 향이 주는 다양한 인상을 특정한 틀 안에 가두게 됩니다. 원료명과 숫자로만 구성한 이름은 그런 영향을
최소화하죠.
위대한 작가 조지 버나드 쇼 George Bernard Shaw의 말을 인용하죠. “이성적 인간은 자신을 세상에 맞춘다. 그러나 비이성적 인간은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려 분투한다. 결국 모든 진보는 이성을 거부하는 영혼으로부터 시작한다.”
당신이 급진적인 무언가를 세상에 내놓고자 한다면, 그 아이디어를 제외한 모든 면에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향수뿐 아니라 크리에이티브를 필요로 하는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서 동일합니다.
반대로 당신이 시작부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면 성공할 가능성은 적어요. 오히려 비상식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냉철한 질문과 판단으로 이끌어가야 비로소 성공에 가까워집니다.
르 라보가 보여주는 ‘도시 한정판’만큼 로맨틱하게 이야기를 풀기란 쉽지 않다. 르 라보의 도시 한정판은 도쿄, 파리, 암스테르담, 로스앤젤레스, 뉴욕, 댈러스, 런던, 시카고, 모스크바, 샌프란시스코, 두바이 총 11개 도시에 해당하는데,
이 한정판을 손에 넣기 위한 방법은 전세계의 어느 누구에게도 동일하다. 각 도시의 매장에 두 발로 직접 방문한 사람만이 획득할 수 있다는 것. 동물적이면서 가죽 특유의 타르 향이 감도는 퀴이어 28 Cuir 28은 두바이에서만,
후추 향이 들어간 오리엔탈 감성의 뿌와브흐 23 Poivre 23은 런던에서만 구할 수 있다. 원하는 것은 언제든지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시대지만, 르 라보의 시티 익스클루시브 City Exclusive 향수만큼은 온라인으로도 구입이 불가능하다.
해당 도시에서 구입한 특별판의 보틀이 있다면 어떤 매장에서도 다시 리필이 가능하다는 것이 한정판의 제약을 조금이나마 해소한다.
어느 날 석양이 지는 산타모니카 해변을 그와 함께 걷다가 제게 한 말이 아직도 기억나요. ‘어떤 것에 감동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 순간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죠.
르 라보와의 컬래버레이션 티셔츠 역시 이 점에 착안해 출발했다. 르 라보의 향기를 담은 마이크로캡슐을 섬유에 짜 넣어 여섯 번까지 세탁해도 향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진실하게 산다는 것은 연습이 필요한 일이죠.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어떻게’와 ‘언제’는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왜’라는 명분을 찾는 것은 중요한 만큼 어려운 일이죠. 그런데 그걸 찾았고 그때부터는 어떤 일에도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었어요.
회사가 점점 속도를 내 성장하면서 다른 거대 브랜드처럼 비즈니스맨의 관성을 따라갈까 봐 겁날 때가 있습니다. 특히 ‘손님이 왕’이라는 콘셉트가 그렇죠. 처음 미국에 왔을 때 가장 놀란 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조건
환불해주겠다고 하는 전략이었어요. 고객의 지갑을 열기 위해 절대 순종적이고 싶지 않아요. 향수 업계의 트렌드를 좇는다든지, 연예인 마케팅을 시도하는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어떻게 보면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고객에게 선물을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고객이 갑이고 저희가 을인 관계가 아니라, 아주 공평한 관계인 거죠. 무조건적으로 대접만 바라고 오는 고객은 환영하지 않아요. 그들이 저희를 존중해주길 바랍니다. 인생을 걸고
만드는 향수이니 그 진가를 알아주길 바랄 뿐이죠.
‘설명은 예술을 죽인다’...
저희가 의미한 것은 창의적으로 만들어내고, 그 답은 나중에 생각하자는 뜻에 가까워요. 아티스트가 그림을 판매할 목적으로 작품을 만들지 않는 것처럼, 고객의 필요를 생각해 향수를 만들지 말자는 취지를 담은 문구입니다.
얼마전 새롭게 선보인 보디 컬렉션 제품도 스마트폰이 없는 장소를 공략하자는 것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였어요. 샤워하는 동안은 온전히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데, 그 순간을 르 라보의 향으로 업그레이드해 아름다움을
경험하도록 하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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