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B – 66, HOSHINOYA
당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구조체, 건축이 최대한 주변 환경에 ‘지도록’하는 것이었습니다 도심 속 빼곡히 서 있는 빌딩군이나 주위 환경을 압도하는 20세기형 건축을 ‘이기는 건축’이라고 한다면, 제가 지향하는 건축은 약하고 부드러워서 외부로부터 다양한 힘을 받아들이는 ‘지는 건축’입니다.
호시노야가 표방하는 휴식의 모토는 ‘압도적인 비일상’이다.
가루이자와 지점은 울창한 산과 숲의 기세를 통해 계절마다 변화하는 날 것 그대로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그 장점을 느낄 수 있도록 객실 TV를 없애 문명의 소음을 최소화하고, 인위적으로 시간을 구분해주는 시계 대신 해가 뜨고 노을이 지며 밤이 찾아오는 하루의 자연스러운 속도감을 오롯이 체험하게 했다.
꽃꽂이 혹은 ‘향을 듣는다’는 뜻의 ‘몬코(聞香, 문향)’처럼 섬세한 예절이 어우러진 일본의 전통문화를 직접 배우고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오늘날 럭셔리 여행자들은 격식을 갖춘 고급 서비스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여느 여행자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경험을 원하죠… 이 ‘새로운 럭셔리’에 매끄럽게 적응한 브랜드도 있고 난관을 겪는 브랜드도 있어요. 럭셔리 영역에 전반적으로 정체성의 위기가 닥쳤다고 봐도 무방해요. 럭셔리 호텔리어들이 특히 혼란을 겪는 이유는 본래 럭셔리 접객의 공식이라고 여기던 것들, 예를 들어 대리석으로 만든 욕실이나 턴다운 서비스 turndown service(취침 직전에 제공하는 간단한 객실 청소, 잠자리 정돈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신선한 커피엔 오일이 떠 있어요. 그 기름이 맛과 향을 결정짓습니다.”
각각의 직원이 자기 일에 주인 의식을 가지고 진심으로 즐길 때 비로소 수익도 높아질 것이라 믿었다. 이를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한 방법은 ‘수평적 조직 문화’에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사원 모두가 동등한 입장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우선 매상액이나 운영 손실액처럼 경영과 관련한 정보를 모든 사원에게 공개하는 것. 임원끼리 정보를 알게 되면 결국 그들의 의견이 일이 있는 것이 돼서 채택될 가능성도 높다…. 대표가 원하는 결론이 아니라 해도 논의 끝에 직원들이 제안한 일은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
호텔과 료칸의 가장 큰 차이점은 ‘프라이빗’과 ‘퍼블릭’을 구분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서양의 관점에서는 호텔 방 안은 프라이빗, 방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는 퍼블릭이라는 개념으로 두 가지가 명확하게 나뉩니다. 그러니까 복도부터는 기본적으로 퍼블릭 영역이 되는 거죠. 그러니 방을 나설 때는 제대로 옷을 입고, 구두를 신어야 합니다. 일본 료칸에는 이 프라이빗과 퍼블릭 사이에 ‘애매한 영역’이 존재합니다. 료칸에서 퍼블릭 영역은 료칸에 도착하기 전까지의 바깥 세계입니다. 완전한 프라이빗은 객실 문을 닫고 나서 그 안의 공간이죠. 그 사이에 있는 모든 영역이 절반은 퍼블릭인 동시에 절반은 프라이빗 구역으로서 존재하는 겁니다. 이것을 개념화하는 순간 완전히 다른 서비스가 가능해집니다… 샤워하거나 잠을 자는 것은 완전한 프라이버시가 필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것, 과자를 먹으며 맥주를 마시는 일은 개인 공간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죠. 그런 ‘애매한 영역’을 바깥으로 끄집어내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준 것이 일본 료칸 최대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카타는 일종의 파자마예요. 그런 편안한 차림으로 밖을 거닐고 술을 마시고 온천에 들어가는 것은 모두 일본 료칸에서만 가능한 것들이죠. ‘세미 프라이빗’을 통해 휴식 형태를 풍부하게 만드는 것은 기존 호텔에 없던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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