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골 농부를 스타로 만든다, 다카하시 히로유키, 마루비, 2016(초판 1쇄)
그라운드에서 플레이를 하는 정치 수준이 이렇게나 떨어지는데도, 관객석 위의 관객은 불평만 하면서 빈 깡통만 던질 뿐이다. 불만이 있으면 그라운드로 내려오면 된다. 그런데 내려오지 않는다. 자신들의 세금을 어떻게 쓰는지 결정하는 중대한 자리인데도 그저 다른 사람 일인 양, 강 건너 불구경이다.
모두 다 입으로는 “1차산업은 중요하다. 농촌/어촌은 꼭 필요하다.”라고 말하지만 정작 자신에게 그 일을 하라고 하면 절대 하지 않는다. 자신의 아이들에게 시킬 거냐고 하면 역시 고개를 흔든다. 그러니 당연히,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생산현장에서 젊은이들은 점점 사라지고, 우리의 고향도 점점 피폐해져 간다.
웃기는 건, 그러면서도 항상 우리는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국산 먹거리만 찾아다닌다는 것이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어쩌자는 것인가…
나는 정치가와 유권자의 관계,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가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유권자도 소비자도 당사자의식을 갖지 않고, 그냥 불만만 토로한다. 둘 다 똑같이 ‘관객’이 되어 버린 것이다.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나보다 우수한 사람을 주위에 두느냐 못 두느냐에 달려 있어.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나보다 우수한 인재를 옆에 두는 게 싫어지기 마련이지. 하지만 그때에도 그런 인재를 옆에 둘 수 있는 사람이 성공하는 거야.”
거대한 유통 시스템으로 인해 생산자와 결별하게 된 도시 소비자가 슈퍼마켓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란 고작 ‘가격, 겉모습, 맛, 칼로리’ 등, 모두 소비영역의 이야기뿐이다. 거기에 결정적으로 결여되어 있는 것은 먹거리 이면에 있는 생산자의 존재다.
“당연한 얘기지만, 도루묵도 정어리도 굴도 다 심장이 있고 위장도 있고 장도 있고 호흡도 합니다. 게다가 바다의 천연생물은 인간을 위해 양식되는 게 아니니까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이 통용되지 않아요.”
그렇구나. 생산자가 누군지 모르는 물건은 아무렇지도 않게 마구 깎고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불평을 늘어놓지만, 일단 생산자의 인품이나 현장 상황을 이해하고 나면 소비자도 그렇게 쉽게 물건값을 깎지 않게 되고, 트러블이 생겨도 이해를 하게끔 변하는구나!
우리는 정보지라는 출판업, 먹거리를 파는 소매업, 현지 투어를 하는 여행업을 믹스한, 정확히 무슨 상품을 파는지 모르는 횡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단순한 월간지 디자인도, 그냥 먹거리가 부록으로 붙은 잡지 제작도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제공하는 것은 먹거리 체험 서비스이자, 먹거리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이다.
도시냐 지방이냐, 둘 중에서 선택이 아니라, 도시와 지방 양쪽에 모두 거점을 가진 사회가 된다면, 자연스럽게 쌍방의 많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즉, 회원은 ‘홀딱 반한’ 생산자를 지속적으로 응원하고, ‘my농부’ ‘my어부’로 삼아, 깊은 교류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다베루 통신>에서는 결코 ‘소비자가 왕이 아니다.’ 변해야 하는 것은 생산자가 아니라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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