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합격, 계급, 장강명, 민음사, 2018(1판 4쇄)
2014년 정도까지는 졸업생보다 재학생이 유리하다는 말이 통용됐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최종 면접 테이블에 5명이 올라가면 그중 3명은 관련 직종 종사자들이고 한 명이 대학원생, 댜른 한 명이 대학생인 상황입니다. 대졸 신입
공채가 사실상 3년차 미만 경력직 공채가 되었습니다.
사실 문학계에 있는 사람은 모두 그런 생각을 한다. 평범한 작가들의 범작 백 권, 천 권을 한데 모았다고 해서 그게 <햄릿>이나 <율리시스>가 되지는 않는다. 다른 예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림 백 점, 천 점을
모았다고 해서 그게 <모나리자>나 <게르니카>보다 귀하다고 할 화가나 미술평론가는 없을 것이다. 예술가들은 모두 근본적으로 엘리트주의지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원고를 거절한 출판사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실수를 저지른 걸까? 한두 곳이면 몰라도, 어떻게 열두 곳이나 되는 출판사의 편집자들이 그 원고의 가치를 못 알아보고 퇴짜를 놓을 수 있었을까?
자신들이 아동문학 전문가라고, 그 시장을 잘 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블룸즈버리 출판사는 왜 조앤 롤링과 계약을 맺었을까? 신생출판사라 아동 문학 출간 경험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담당 편집자는 그냥 원고가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1996년에 경제학자 아서 드 바니와 데이비드 월스가 1980년대 영화 300편이 어떻게 흥행했는지는 분석했는데, 결론은 ‘별 패턴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쯤 되면 취업 준비생 사이에 ‘합격 정장’이 인기라는 언론 보도에도 그렇겠구나, 싶어진다. 합격 정장이라는 것은 먼저 입사에 성공한 사람들이 면접 때 입었던 정장이 중고 거래 사이트에 나온 것을 말한다. ‘증권사 현직이 입사
면접 때 입었던 정장’이라는 식으로 소개되어 있으면 웃돈이 붙는다는 것이다.
이런 루머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자들도 많다. 포털 사이트에서 ‘취업 성형’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엄청나게 많은 성형외과 사이트들이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들을 취재하다가 정말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됐다. 한국의 교육부는 영어뿐 아니라 모든 과목의 교사에 대해,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 조사하지 않는다. 위의 기사는 대단히 예외적인 사례였다.
2017학년도 중등 교사 임용 시험 경쟁률은 10.73대 1이었다. 영어 과목의 경우 대부분의 시.도에서 20대 1이 넘었다. 부산에서는 경쟁률이 무려 54.5대 1이었다. 울산과 경북에서는 아예 영어 교사를 뽑지 않았다.
부조리하지 않나. 영어 선생님 되기가 이렇게 힘들다. 뛰어난 실력과 열정을 갖춘 젊은이들이 그 문턱을 넘지 못해 좌절한다. 그런데 막상 학교에 있는 영어 교사들의 수준은 대단히 높다고 장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채용 과정만 조일
뿐이지, 이미 현직에 있는 사람들의 실력에 대해서는 평가하지도 않는다.
법조 출입을 처음 시작한 게 2007년입니다. 8년여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게 한 가지 있습니다. 어느 변호사가 잘 하는 변호사인지 일반인 입장에서 알 방법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되게 이상한 건데, 한국 문학평론가들은 외국 소설에 평론을 잘 안 해요. 한국 문학평론가들은 한국문학만 평해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데에는 돈 한 푼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도서관 이용자들은 ‘실패’를 두려워한다. 그 실패란 ‘상당한 시간을 들여 꾹 참고 읽었지만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책임을 뒤늦게 깨닫는 일’이다. 한 독자는 내게 그런
상황에 대해 “기분이 더럽다.”라고 표현했다… 나는 정부와 중소기업계가 주도하는 중소기업 인식 개선 캠페인들이 독자를 도서관에 데려가 “좋은 책이 많으니 무조건 읽어라.”라고 권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성북구의 ‘올해의 한 책’ 행사를 들으며 나는 일본에서 최근 유행한다는 비블리오 배틀biblio battle을 떠올렸다. 독서가들이 여러 사람 앞에서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5분 동안 설명하고 참여자들의 투표로 ‘가장 읽고 싶은 책’을
선정하는 이벤트다. 한국에서도 전홍식 관장이 이끄는 SF&판타지도서관 등에서 실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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