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 없는 원숭이, 데즈먼드 모리스, 문예춘추사, 2014(개정판 2쇄)




 

 숲에서 살면서 열매나 따 먹던 단순한 동물이 협동을 필요로 하는 사냥꾼으로 변모하면서 두뇌가 커졌고, 이 커진 두뇌는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끼시대는 이제 우주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이 같은

겉치레와 휘황찬란한 화려함을 얻은 것이 인류의 성적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가 해답일 것 같다.



 아동 집단의 인구밀도를 높이면 이런 공격성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람으로 가득 찬 상황에서는 집단 구성원들 사이의 우호적인 상호작용이 줄어들고, 파괴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양식이 현저하게 잦아질 뿐

아니라 정도도 심해진다. 



 ‘쪼는 순위(이것은 서열을 말하는데, 이런 현상이 닭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닭의 경우에는 순위가 높은 쪽이 낮은 쪽을 쪼아댄다)’는 원숭이의 일상생활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여기서 살펴봐야 할 것은 하얀 색깔이다. 하얀색은 활동을 뜻한다. 이것이 공격적인 핵동과 결합하면 대단히 위험한 신호가 된다. 두려움을 나타내는 행동과 결합하면 공포 신호가 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은 교감신경계의 활동으로 일어나는 변화다. 교감신경계는 ‘행동 개시’를 명령하는 신경계이기 때문에, 상대편의 창백해진 얼굴을 가볍게 다루었다가는 큰코다친다. 반면에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그보다 덜 걱정스럽다. 이런 변화는

부교감신경계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반격을 가하고 있다는 신호이고, 따라서 ‘행동 개시’를 명령하는 신경계가 이미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화가 나서 새빨개진 얼굴로 당신을 노려보는 사람은 창백해진 얼굴로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사람보다 당신을 공격할 가능성이 훨씬 적다. 



우리 인간의 구애 단계에서 서로 음식을 먹여주는 행동이 놀랄 만큼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재미있다. 우리가 상대편의 입에 맛있는 음식을 넣어주거나 초콜릿을 선물하느라 그토록 애를 쓰는 것은 연애할 때뿐이다.



 이런 실내 장식은 대개 공간을 ‘멋지게 보이기’ 위한 것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사실은 텃세권을 가진 다른 동물이 소굴 근처의 나무나 전봇대 같은 표지물에 자기 냄새를 묻혀놓고 다니는 것과 똑같은 행동이다.



 개는 인간과 비슷한 사회적 행동 때문에 높은 점수를 얻지만, 불행히도 개의 자세는 항상 우리를 실망시킨다. 개는 철저한 수평 자세를 위한다. 그러나 우리의 독창성은 이 점에서 패배를 인정하기를 거부하고 노력한 끝에, 곧 그 

문제를 해결해냈다. 개에게 앉아서 앞발을 드는 법을 가르친 것이다. 이 불쌍한 동물을 사람과 비슷하게 만들고 싶은 충동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우리를 더욱 몰아쳤다. 우리에게는 꼬리가 없기 때문에, 그와 비슷해지도록

개의 꼬리를 바싹 잘라내기 시작했다. 우리의 얼굴은 평평한 모양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선택 교배를 이용하여 개의 코 부위에 있는 뼈를 줄였다. 그 결과, 오늘날 많은 품종의 개들이 비정상적으로 평평한 얼굴을 갖고 있다… 우리는

동물을 동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거울에 비친 우리 자신의 모습으로 간주한다. 그 거울이 지나치게 일그러져 있으면, 우리는 거울을 구부려서라도 우리에게 편리한 모양으로 바꾸려고 애쓴다. 



 우리가 꼭대기까지 올라간 것은 일확천금을 얻는 거나 마찬가지였고, ‘벼락부자’들이 대개 그렇듯이 우린 우리의 내력에 매우 민감하다. 게다가 우리는 그 내력이 언제 폭로될지 몰라 끊임없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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