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괴감 공장
어떻게 해도 안 될 거라는 자괴감이 있다.
그런데 그 자괴감은 누가 만들어 납품하는 걸까.
자괴감의 이유와 원인을 훑어가다 보면
택배기사도, 택시기사도, 홈쇼핑도 아닌
내가 바로 자괴감 공장이다.
내 의식 어딘가에서 어떻게 해도 안 될 거라는 생각을 자꾸 제조한다.
무슨 정해진 비율이라도 있는 건지
탁탁하고 시큼한 딱 그 맛의 자괴감을 스스로에게 납품한다.
자괴감은 일종의 자기예언으로부터 비롯된다.
넌 결국 평생 이 정도일 거고, 오히려 더 나빠질 지도 모른다는.
그렇다고 그런 자기예언을 바꾸기 위한 명확한 계획과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니다.
나를 아끼는 내가 머리 한 켠의 빈 공간을 활용해서
내가 나태해지거나 더 좋은 삶을 미래에 누리도록 경각심을 주려는 것 같긴 한데
방법과 행동이 없다면 이건 그냥 자괴감 감상이다.
스스로 우울하게 만든 뒤 난 이 정도로 우울하니까 충분히 괴로우니까
다른 건 더 안 해도 돼. 건들지 마. 대충 이런 시스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