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가 전하고 싶던 말, 미우라 겐타, 라이팅하우스, 2018(초판 1쇄)




 

 반려견과 함께한 나날은 왜 이토록 우리의 인생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요?

 그저 ‘반려견이 귀여워서’ ‘반려견의 행동이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반려견이 주었던 애정의 크기를 깨달아서’일 것입니다.



 직원한 한동안 잠자코 있다가 “알고 있습니까?”라고 날카로운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았습니다.

 “한 해 동안 몇 마리의 반려견이 살처분당하는지 알고 있어요?”

 나는 ‘너’의 등에 손을 얹은 채 대답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2만 마리입니다. 인간은 그만한 수의 ‘내 반려견’을 타인에게 맡겨 죽이고 있어요.. 이사를 해야 해서, 길들여지지 않아서, 병에 걸려서, 그런 간단한 이유로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에게 데리고 온다고요. 이렇게까지 힘들 줄 몰랐다.

죄송하다. 어떻게든 될 줄 알았는데 안 됐다. 그때는 이미 늦습니다.



 해외 연구에서 고독한 노인과 범죄를 되풀이하는 무법자의 심리에는 공통점이 있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나는 사회에 필요한 존재가 아니다’라는생각이었습니다…실제로 반려견을 키움으로써 자살하는 노인이 줄고, 형무소에서 석방된 사람의 재범률도 줄었다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날마다 산책하고 놀아 주었나요?”

 수의사 선생님의 질문에 나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하루종일 집을 비울 때가 많았고, 집에 있어도 스마트폰만 보며 릴로는 방치해 둔 때가 많았으니까요. 

 “이 아이는 분명히 주인과 놀고 싶어서, 주인이 놀아 주었으면 해서 보이지 않는 눈으로 최선을 다했을 거예요. 앞이 보이지 않아도 주인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애쓰며 평소와 다름없이 씩씩하게 행동하려고 했을 겁니다.”

 수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나는 너무나 미안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릴로는 나를 원망할까요?”

 “그럴 리가요.” 수의사 선생님은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개인은 주인을 원망하거나 하지 않아요. 그런 일은 붕가능해요.”



 딱 하나 확실한 것은 반려견을 버리는 사람 중에 ‘반려견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는 점입니다. 반려견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예 기르지 않습니다. 버리는 사람도 우리처럼 반려견을 좋아합니다. 반려견과 멋진 생활을 꿈꾸었던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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