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창비, 2013(전자책 초판)



 

 활달함 혹은 친절함이란 구누가와 무의식적으로 이별을 준비할 때 나오는 태도 중의 하나니까. 그녀들은 앞으로 이 ‘퇴학당한 친구’를 자주 보러 오지 못하리라 예감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모든 생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터져나오는’ 거란 걸 어머니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본 꽃은, 짐승은, 곤충은 대부분 제 몸보다 작은 껍질을 찢고 폭죽처럼 터져나왔다. 그동안 많이 참아왔다는 듯. 도저히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웃음처럼. 야유처럼. 박수처럼. 펑!



 아버지는 인생이 뭔지 몰랐다. 하지만 어른이란 단어에서 어쩐지 지독한 냄새가 난다는 건 알았다. 그건 단순히 피로나 권력, 또는 타락의 냄새가 아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막연히 그럴 거라 예상했는데, 막상 그 입구에 서고 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었다. 아버지가 어른이란 말 속에서 본능적으로 감지한 것, 그것은 다름아닌 외로움의 냄새였다.



 ‘사람들은 왜 아이를 낳을까?’

나는 그 찰나의 햇살이 내게서 급히 떠나가지 않도록 다급하게 자판을 두드렸다.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생을 다시 살고 싶어서.’



 자기가 보지 못한 자기를 다시 보는 것. 부모가 됨으로써 한번 더 자식이 되는 것. 사람들이 자식을 낳는 이유는 그 때문이지 않을까?



 고통이 생각을 갉아먹고 있었다.



 “완전한 존개가 어떻게 불완전한 존재를 이해할 수 있는지…… 그건 정말 어려운 일 같거든요.”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야!” 



 나무도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어 보였다. 가지 끝이 각오와 오기로 탱탱한 게, 단단한 몸통에 수액 대신 집중력을 꽉 채워놓은 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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