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안은영, 정세랑, 민음사, 2016(전자책 발행)



 

 그걸 알았을 때는 이미 학교에 들어간 참이었고, 가족들과 친구들이 세계의 단단한 부분을 밟고 살아간다면 자신은 발이 빠지는 가장자리를 걸어야 함을 슬슬 깨달아 가던 중이었다.



 유정은 자주 스스로를 누군가 버리는 걸 까먹은 채 구겨 놓은 영수증 같은 존재라고 여겼는데 한 번이라도 그렇게 구김살 없이 웃어 보고 싶었다.



 왜 인류는 더 우아하지 못할까.



은영의 일은 은영이 세상에게 보이는 친절에 가까웠다. 친절이 지나치게 저평가된 덕목이라고 여긴다는 점에서 은영과 인표는 통하는 구석이 있었다.



 패션은 원래 어느 선을 지나면 더 이상 일반적인 아름다움의 문제가 아니라 영혼의 문제니까요.



 마음 속에서 무실한 선반 같은 것들이 내려앉는 소리가 났다. 어두운 곳에서 낡은 나사에 매달려 있던 것들이 결국에는 내려앉는 그런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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