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가 뛰어간다



착각이라는 걸 안다

사실 내 눈에도 사람으로 보이고 있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사람이 뛰어갈 때 피아노가 뛰어간다

스커트를 휘날리듯 건반들을 출렁이며

신호등 앞 첫 걸음부터 다 건넌 뒤까지

띠 나 따 소리를 내며 나뭇 부스러기나 애나멜 코팅 같은 걸 떨어뜨리며

또 한 번은 가만히 서있던 사람이

온몸을 흔드는 피아노였다

가르릉 

개가 피아노처럼 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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