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채사장, 웨일북, 2020(초판 3쇄)


 




 모든 관계는 내 안에서 별을 이룬다



 만약 네가 짐승들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면

 너는 그들에 대해 알지 못할 것이다.

 너는 네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사람은 두려움을 느끼는 것을 파괴한다.



 내가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스스로에게 티내고 싶었다.



 “별 모양의 지식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별 모양의 지식이 담겨진 책을 읽으면 될까요? 한 번에 읽으면 안 될 것 같으니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보는 거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방법으로는 별이라는 지식을 얻을 수

없어요. 지식은 그런 방법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다른 책을 펴야 해요. 삼각형이 그려진 책, 사각형이 그려진 책, 원이 그려진 책. 이런 책들을 다양하게 읽었을 때 삼각형과 사각형과 원이 내 머릿속에 들어와 비로소 별을

만드는 것입니다.”



 세상은 이 세상이 처음인 싱싱한 존재들이 장악한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 한 가지 목표에 모든 것을 거는 행위다. 이들이 한 가지에 몰두하는 이유는 이들이 강인한 의지의 소유자여서가 아니라, 반대로 이들이 나약해서다. 현실에서의 경험이 부족하고 세계의 복잡함을 감당하기

어려울 때, 이들은 나의 시야에 들어오는 무언가 분명해 보이는 것을 선택하고 이것에 집중하겠다는 단순한 전략을 세운다. 



 한 가지에 모든 것을 거는 이가 실패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은 포기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배우러 온 것일까?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기진맥진하며 통증과 상념이 만들어내는 소용돌이 속을 헤매다 보면, 어느 순간 통증의 실체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이해하게 된다. 어쩌면 그것은 하나의 ‘말’이다. 신체가 나에게 건네는.



 나는 이후에 그녀를 다시 보지 못했지만, 무수히 많은 곳에서 그녀의 것과 동일한 형태의 분노를 목격할 수 있었다. 자신이 오랜 시간 직장생활 속에서 배운 경험과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신입사원에게 분노하는 부장님을

보았고, 자신이 평생 연구한 학문에 대해서 다른 방식으로접근하려는 타과 학생을 멸시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교수님을 보았으며, 신의 나라를 외치며 불신하는 이들의 심판을 경고하는 종교지도자를 그리고 자신이 평생 걸어온 길이

정의의 길이었다며 지지자와 반대자를 선과 악으로 양분하려는 정치인을 보았다. 



 우리는 책에서 무언가를 배운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다. 우리가 앞서 체험한 경험이 책을 통해 정리되고 이해될 뿐이다.



 꿈속의 나는 분명히 나다. 우리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 꿈을 꾸지만, 수많은 인물 중에서 누가 나였고 누가 내가 아니었는지를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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