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유성호, 21세기북스, 2019(전자책 발행)

 

 

 국내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28만 여명이 사망하는데, 실제로 타살은 500여 명 정도, 즉 10만 명당 1명이 안 된다. 2017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0만 명 당 0.8명이며, 흔히 10만 명당 2명 정도로 나오는 통계는 살인미수까지 포함된 경우다. 반면에 자살은 10만 명당 24명이 넘는다. 타살의 30배에 달하는 수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법의학자 수가 몇 명이나 될까? 우리나라에 등록된 전체 의사 수는 2017년 통계에 따르면 12만 1571명인데, 그중에는 내과 의사가 굉장히 많다…. 이에 비해 법의학자의 수는 현저히 적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의학자 수는 정확히 40명이다. 부산에 있는 세 명을 제외하고, 전부 전국에 흩어져 있다. 1년에 두 번씩 개최하는 학회에 참석할 때도 법의학자들은 절대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 혹시 같은 고속버스를 타고 가다가 만약 사고라도 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사망 원인은 머리 손상이었다. 가속 감속, 즉 머리가 속도를 내어 움직이다가 갑자기 멈추면서 발생한 손상이었다. 성인이라면 대부분 술을 먹고 넘어진 경우일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 특히 신장이 1미터 이하인 영아라면, 엄마의 진술처럼 걷다가 넘어졌다고 해서 이러한 골절과 출혈이 생기지는 않는다. 만약 아이가 걷다가 넘어져서 이러한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면 인류는 애당초 멸절했으리라.

 

 

 군대에서는 매년 100여 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다양한 이유로 사망한다.

 

 

 일부에서는 과음한 사람들이 구토 도중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오는 바람에 사망한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술에 의한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 후 음식물이 식도로 넘어와 입 안에서 음식물이 관찰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예전에는 이때 무수한 정자 중에서 행동이 빠르고 힘센, 즉 1등 하는 정자가 난자와 결합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것이 아니다. 정자는 일종의 팀을 짜서 움직인다고 알려져 있다. 즉 다른 무수한 정자의 희생으로 하나의 정자가 기회를 얻는 것이다. 

 

 

 잡지 <뉴요커The New Yorker>가 금문교에서 투신 자살을 시도했다가 다행히 구출되어 살아남은 사람들을 인터뷰했을 때,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뛰어내린 순간 나는 인생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방금 다리에서 뛰어내렸다는 사실을 빼고는요.

 

 

 1985년에만 해도 자살을 선택하는 80대 노인은 10만 명 당 10명이 조금 안 되었으나 2010년에는 10만 명당 123.3명으로 급등했다. 정말 놀라운 증가 폭이 아닐 수 없는데 우리나라 자살률이 OECD 국가 중에서 1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노령 인구의 자살 때문이다. 2010년 기준으로 자살자 중 80대는 인구 10만 명당 123.3명, 70대는 83.5명, 60대는 52.7명이다. 

 

 

 우리는 보통 자살 하면 치열한 입시를 견디지 못한 청소년 자살을 많이 생각하는데, 사실상 청소년 자살률은 입시 제도가 잘 갖춰진 핀란드보다 적다.

 

 

 가장이 죽을 때 혼자 죽지 않고 가족을 살해하고 죽는다든지 부부가 아이와 함께 죽는 일이 심심치 않게 기사거리로 올라오는데, 이것은 외국에서는 굉장히 드문 경우로, 아이나 가족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특이한 우리 정서를 반영하는 자살이다. 

 

 

 유서라는 것이 우리 생각에는 마치 제갈량이 출사표를 던지듯이 길게 인생을 회고하며 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이렇듯 의외로 굉장히 짧은 경우가 많다. 요즘에는 노년층 중에도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 유서를 올리는 경우가 있다.

 

 

 내가 중환자실에서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죽음에 대한 대화가 단절됨으로써 오는 가족 간의 비극, 그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물론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은 전 세계적으로 비교해 봐도 대만이나 일본을 제외한다면 비할 데 없이 매우 우수한 시스템이다. 그럼에도 마지막 모르핀 사용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예산을 삭감한다. 그래서 의사들이 처방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20대 청년의 뇌와 80대 노인의 뇌 사이의 결정적 차이는 무엇일까? 지능이나 지각력의 차이는 거의 없다. 뇌 신경 개수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 문제다. 부피로 따지면 5~25퍼센트가 줄어든다. 이렇게 줄어든 뇌가 질환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20대 때는 뇌의 무게가 평균 1.5킬로그램 정도인데, 실제로 부검을 하다 보면 노인의 뇌 무게는 이보다 적다. 그리고 고령이 될수록 더욱 줄어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