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을 달리는 친구

 

자다가 설원을 달리는 친구를 보았다.

설원은 식은 떡 같았다.

친구는 설원을 떡도 없이 뛰었다.

나는 꿈 속에서도 줌인 버튼을 누를 자신이 없었다.

다가와 앙길까봐서.

설원은 시작도 끝도 없다는 말로 절망을 대신하고는 하는데

시작과 끝에는 무엇이 있다는 말인지

잠은 무의식이 설치는 난장판이라는데

나는 무의식 속에서도 킹크랩을 생각하고 있었다

어느새 떡은 차갑다 못해 썩기 시작하고

차가울수록 안 썩지 않아? 라는 물음에는 친구의 눈물을 대신하겠다

질펀한 얼음에 발목을 담그는 시려움 속에서

나는 계속해서 친구가 다가오는 만큼 멀어졌는데

정확히 ‘누구’로 정의되지 않는 그 친구가 사실

엄마일 수도 있다는 것을 무의식의 또다른 백업 데이터가, 실은 직감이 경고 중이었다.

나는 마법처럼 뒷걸음질치며

자꾸만 엄마처럼 뛰어오는 저 친구 위로 친구 필터를 쌓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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