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꿍이, 안녕

 

 

죄 불태우고 싶어 씻으러 갔다

 

휴가 다녀온 몸뚱이에

껍질이 채 벗겨지기도 전에 너는 갔다

 

10월의 온수를 맞으며 껍질은 둘둘

산책을 떠난다

 

슬퍼하지 않기로 단호히 마음을 먹자 어지러웠다

 

내 몸은 이제 비에 젖은

크래커였다

 

너는 내 마음에 에이스였다

 

너가 단단히 나를 구속했을 때 비로소

자다 말고 웃었다

 

그냥 니 옆에 눕고 싶었다

널 따라 깝치고 싶었다

너가 날 핥으면 껍질이 벗겨질 것 같았다

 

얼룩덜룩한 몸뚱이에 보습 로션을 바른다

 

여자친구 집에 너를 데려다주고 올 때마다

잘있어라는 말을 백 번은 했다

 

구릿빛 피부가 마음에 들었는데

기어코 희멀거니 다 벗겨져나간다

 

이 얼룩이 다 사라지기 전에

겨울이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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