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 하
늘이 선택한 건 눈도 해도 아닌 비
밀스런 홀에 멀거니 서서 다음에 벌어질 일을 주시하
듯 하루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막아서지도 못하고 건들지조차 못하고
조각 케이크 하나 끝까지 다 먹지 못하게 된
투실투실한 혀를 말아 입에 넣고 물시계 마냥
커피를 부어 담가봅니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하루를 지켜보는 몽롱함과 끝
까지 특별한 일 하나 없이 지나가길 소원하는 안빈한 욕망이
두 개의 수도꼭지처럼 내 안을 채웁니다
마치 몸 안에서 땀이 나는 것 같은 기분으로 한 해를 반추해 봅니다
지나간 것들은 다 예
정되었던 것 같은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