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하지 않아도

 

글을 끼적이다 보면 어떤 깨달음 같은 걸 발견할 때가 있고 희열을 느끼게 된다.

나중엔 발견 없는 글은 매력 없고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점차 발견을 위한 언어에 사로잡히게 된다.

어느 순간 이것이 나쁜 글쓰기라고 느껴지게 되는 건

뭔가에 멱살이라도 잡힌 것처럼 ‘발견’과 ‘의미 부여’에 집착하게 되기 때문이고.

결국에는 ‘발견 되지 않은 일상’에 대해 쓰지 못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수많은 발견과 깨달음으로 인해 더 빛이 나기도 하고 더 특별해지지만

그런 발견이 없다고 해서 특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모든 순간과 모든 일상과 모든 평범함은 다 특별할 수 있는 데

일상을 담담히 바라보거나 읽어나가는 습관이 자칫

억지스런 발견 욕심에 멱살 잡혀 힘을 잃고 투박해질 때가 있다.

소위 정의내리기 식의 접근.

매 순간을 명언으로 ‘점지’하고 싶은 절대자의 욕망.

삶 속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게 아닌, 글 안에서 스스로 기쁨 조건을 충족시키는 습관.

4시 33분이란 어떤 의미인지 내가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지 그래서 어떻게 스스로가 대단한 지 증명하려는 심보다는 4시 33분의 성심함과 디테일에 대해 꾸준히 썼으면 좋겠는데...

아. 이 편이 더 어렵기 때문에 자꾸 그렇게 되는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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