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코끼리와 춤을, 페터 회, 사계절출판사, 2017(1판 1쇄)

 

 

 

 그 이유는 대머리에, 담배 파이프 청소 솔처럼 비쩍 마른 체격을 가진 데다 일년 내내 기분이 유리조각이 깔린 침대에서 자다 일어난 사람 같았기 때문이다.

 

 

 ‘행복한 유년기를 얻기에 너무 늦은 때라는 건 없다.’

 언젠가 틸테 누나와 내가 도서관에서 읽은 글귀인데, 나는 늘 이 문장을 사랑했다. 하지만 머리로는 생각하지 말아주길, 생각을 하게 되면 거기서 멈추게 된다. 그러고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판단하게 될 것이다. 유년기는 이미 지나가

버렸고, 한번 지나간 것은 과거일 뿐이며, 무엇으로도 바꿀 수는 없으니까.

 그러니 이 문장이 당신 안에 머물러 있게 해야 한다. ‘행복한 유년기를 얻기에 너무 늦은 때라는 건 없다.’

 

 

 실제로 세계 인구의 3분의 1은 자기를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고, 3분의 1은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을 그리워하고, 나머지 3분의 1은 지금은 누군가와 함께 있지만 결코 충분히 감사할 줄 모르다가 어느날 갑자기 상대가 떠나버리면 첫 번째

그룹에 들어가는 처지가 되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절망에 가까울 정도로 무기력한 상태다. 틸테 누나와 함께한 심오한 종교 연구에서 본 위대한 스승들의 가르침이 새삼 떠오른다. 고통받는 사람을 보는 것은 신이 주신 행운이니 그 경험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음미하라고 강조한다.

 

 

 어른들이 퐁 하고 술병을 딸 때마다 내면 깊숙이에서 커다란 함성이 들려오는데

 

 

 그러다 문득 손님이 와 있는 것이 느껴진다. 그는 바로 내 뒤에 앉아 있다. 그 느낌이 너무도 생생해서 뒤를 돌아보지만 아무도 없다. 순간 이것이 고독임을 깨닫는다. 좋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고, 베스커도 내 발치에 있고 코뉘가 곁에 

있는데도 여전히 완벽하게 나는 혼자이고 버려진 느낌이다. 

 

 

  그것은 자아라는 방 안에 갇힌 고독이다. 이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는다. 자아는 감옥 안에 있는 방이며, 그 방은 다른 방들과 다르다. 이런 이유로 자아는 어떤 면에서든 늘 혼자이고, 건물 안의 방으로서 갇혀 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