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풀니스, 한스 로슬링, 올라 로슬링, 안나 로슬링 륀룬드, 김영사, 2019(1판 1쇄 발행)
사실은 세계 인구의 절대다수가 중간 소득수준을 유지한다. 이들이 우리가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닐 수 있지만, 극빈층도 아니다.
“전 세계 인구 중 몇 퍼센트가 저소득 국가에 살까?”
그러자 다수가 50% 이상이라고 대답했고, 그 추정치 평균은 59%였다. 정답은 9%.
나는 강연에서 ‘개발도상국’이라는 말에 꽤 무례하게 반응할 때가 종종 있다.
강연이 끝나면 사람들이 질문을 던진다. “그럼 우리는 그들을 뭐라고 불러야 하나요?” 명심하라. ‘우리’와 ‘그들’ 역시 똑같은 오해다. 우리는 그들을 뭐라고 불러야 하냐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여러 나라를 두 집단으로 나누는 행위를 멈추는 것이다. 그런 구분인 이제 말이 안 된다.
내가 세계은행 직원들 앞에서 처음 강의를 한 때가 1999년이다. 그때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이라는 명칭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말했고, 곧이어 검을 삼켰다. 그리고 17년이 지나, 그리고 내가 세계은행에서 강의를 14회나 더 한 뒤에야 세계은행은 마침내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게 되었으며, 앞으로는 세계를 네 단계 소득 집단으로 나누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하지만 유엔과 다른 국제기구 대부분은 아직 그대로다.
4단계 사람에게는 1, 2, 3단계 사람이 모두 똑같이 가난해 보일 수 있고, ‘가난하다’는 말이 특별한 의미를 갖지 못할 수도 있다. 심지어 4단계 사람도 집 벽에 페인트칠이 벗겨졌다거나 중고차를 몬다거나 해서 가난해 보일 수 있다. 높은 건물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땅에 가까운 자그마한 건물들의 높이 차이를 제대로 식별하기 어렵다. 모두 작게 보일 뿐이다.
우리는 역사를 장밋빛으로 기억할 뿐 아니라 1년 전, 50년 전에도 끔찍한 사건이 지금처럼, 어쩌면 지금보다 더 많았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세상이 점점 나빠진다는 착각에 빠져 더러는 스트레스를 받고, 더러는 희망을 포기하기도 한다. 이렇다 할 근거도 없이.
사람들은 세계가 점점 나빠진다고 말하면서 실제로 무슨 생각을 할까? 내가 보기에는 생각을 아예 ‘안 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생각이 아닌 느낌을 말할 뿐이다.
인구가 크게 늘어나는 이유는 아이들이 더 태어나서가 아니다. 노인의 수명이 길어진 것도 주된 이유는 아니다. 사실, 유엔 전문가들은 2100년까지 세계 기대 수명이 약 11년 늘어나 노인 인구가 10억 증가하고, 총인구는 약 110억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세계 인구가 크게 늘어나는 주된 이유는 지금의 아이들이 자라 성인이 30억 늘어남으로써 도표를 ‘채우기’ 때문이다. ‘채움 효과’가 발생하기까지 3대가 걸리고, 3대가 지나면 그 효과는 끝난다.
인구는 1900년 15억에서 2000년 60억으로 늘었는데, 이는 20세기에 과거의 균형에서 새로운 균형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20세기는 인류 역사에서 부모가 낳은 자식 중에 평균 2명 이상이 살아서 다음 세대에 부모가 된 유일한 시기다.
세상과 우리 뇌 사이에 방패 격인 주목 필터가 있다고 상상해보자. 세상의 소음을 막아주는 필터다. 이 필터가 없으면 끊임없는 정보의 홍수에 과부하가 일어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것이다. 이 주목 필터에 간극 본능, 부정 본능, 직선 본능 등 10가지 본능 모양의 구멍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대부분의 정보는 이 필터를 통과하지 못하지만, 극적인 여러 본능에 호소하는 정보는 구멍을 통과한다. 결국 극적 본능에 딱 맞는 정보만 주목하고 다른 정보는 무시해버린다.
미국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술을 마신 사람 손에 사망할 위험은 테러리스트 손에 사망할 위험보다 거의 50배나 높다.
콩고와 탄자니아에서 선교하며 간호사로 일하다 내 멘토가 된 잉에게르드 로트Ingegerd Rooth의 말이 생각난다. 로트는 내게 항상 이렇게 말했다. “찢어지게 가난한 상황에서는 무엇이든 완벽하게 하려 하면 안 돼요. 그러면 더 좋은 곳에 쓸 자원을 훔치는 꼴이니까요.”
2단계 나라에서 아이들의 목숨을 살리는 것은 의사나 병실 침대가 아니다. 병실 침대와 의사는 수를 세기 쉽고 정치인은 병원 개원식을 무척 좋아하지만, 아이들의 생존율을 높이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병원 밖에서 해당 지역 간호사, 산파, 교육받은 부모 등이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특히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다. 데이터를 보면 세계적으로 아동 생존율 증가의 절반은 엄마들의 탈문맹에서 나왔다.
중국과의 전쟁은 싸움과 휴전을 반복하며 2,000년 동안 지속되었다. 프랑스가 점령한 기간은 200년이었다. 대미항전은 고작 20년 지속되었다. 비의 크기는 그런 기간을 완벽하게 반영했다. 나는 여러 개의 비를 비교한 뒤에야 비로소 지금 베트남 사람들에게 베트남전쟁은 상대적으로 의미가 작다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
스웨덴에서 곰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는 일은 한 세기에 한 번 일어나는 사건이다. 반면 여성이 옛 애인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은 30일에 한 번 꼴로 일어난다.
개인 식별 부호인 핀 코드PIN code를 응용해 세계 핀 코드를 1-1-1-4로 만들어보자. 세계 인구 지도를 외우는 방법이다. 아메리카 대륙을 왼쪽에 놓고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10억의 개수로 만든 핀 코드다. 아메리카 1, 유럽 1, 아프리카 1, 아시아 4(반올림한 값).
“하지만 지금부터는 이산화탄소를 ‘1인당’ 배출량으로 계산합시다.”
나는 그의 말에 100% 공감한다. 나는 국가별 ‘총’배출량을 기초로 중국과 인도를 기후변화의 주범이라고 조직적으로 비난할 때면 더러 오싹하다. 그것은 중국 전체 인구의 몸무게 합이 미국보다 크다고 해서 미국보다 중국에서 비만이 더 심각하다고 주장하는 꼴이다.
그런 끔찍한 사건은 우리가 사는 안전한 장소인 ‘여기’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저 밖에서는 날마다 일어나는 것만 같다. 하지만 기억하라. ‘저 밖’은 무수히 많은 장소의 합이고, 우리는 한곳에서 산다. 물론 나쁜 일은 저 밖에서 일어난다. 저 밖은 여기보다 훨씬 크다. 따라서 저 밖에 있는 모든 장소가 우리가 사는 이곳만큼 안전해도 끔찍한 사고 수백 건은 여전히 저 밖에서 일어날 것이다.
뉴스에 수치가 달랑 하나만 나오면 내 머릿속에서는 항상 경보음이 울린다. 그 수를 무엇과 비교해야 할까? 그 수가 1년 전에는 어땠을까? 10년 전에는? 비교 가능한 나라나 지역은 어디일까? 어떤 수로 나눠야 할까? 이 수와 관련한 총합은 무엇일까? 1인당으로 환산하면 몇일까? 나는 이런 여러 가지 비율을 비교한 뒤라야 그것이 정말 중요한 수인지 판단할 수 있다.
사실충실성은 (크든 작든) 그 수가 인상적으로 보이지만 달랑 하나뿐이라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그 수를 관련 있는 다른 수와 비교하거나 다른 수로 나눴을 때 정반대 인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언론은 줄곧 4단계의 일상생활과 그 외 단계에서의 위기를 보여주는 사진을 내보내곤 한다. 구글에서 ‘화장실’, ‘침대’, ‘스토브’를 검색해보라. 4단계에 해당하는 이미지가 나올 것이다. 다른 단계의 일상생활을 보고자 할 때 구글은 도움이 안 된다.
아프리카는 54개국 10억 인구가 사는 거대한 대륙이다. 따라서 발전의 네 단계 삶이 모두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리카 나라들은…”이라거나 “아프리카의 문제는…”이라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데도 사람들은 늘 그런 식으로 얘기한다. 그러다 보니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에서 발생한 에볼라가 자동차로 아프리카 대륙을 가로질러 100시간을 달려야 도착하는 케냐의 관광산업에 타격을 미치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한다. 두 지역은 런던과 테헤란로보다도 멀리 떨어져 있다.
살리 집안은 비슷한 환경에서 사는 다른 많은 사람처럼 심각한 여러 가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놀라운 방법을 찾아냈다. 2,3단계에서는 저축을 하러 은행까지 가지 어렵고, 대출을 받을 수도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정의 미래를 위해 저축하려면 돈을 쌓아두어야 한다. 하지만 그냥 두면 도둑맞거나 물가 상승으로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살리 집안은 여유가 생길 때마다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벽돌을 산다. 그런데 집 안에 벽돌을 쌓아둘 곳도 없고, 밖에 두면 도둑맞을 수도 있다. 그래서 사는 족족 집에 붙인다. 그러면 도둑도 손대지 못한다. 물가가 상승해도 벽돌 가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대출을 받기 위해 신용 등급을 점검받을 필요도 없다. 또 10~15년 동안 천천히 더 좋은 집을 짓는 효과도 있다.
우리는 단순한 생각에 크게 끌리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 통찰력의 순간을 즐기고, 무언가를 정말로 이해한다거나 안다는 느낌을 즐긴다.
산모 사망률 전문가라면 매우 가난한 산모의 목숨을 구하는 가장 값진 방법은 지역 간호사에게 제왕절개 수술법을 가르치거나 심각한 출혈이나 감염에 더 좋은 치료법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병원까지 갈 수 있는 운송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여성이 병원에 갈 수 없다면, 구급차가 없거나 구급차가 다닐 길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병원도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교육자라면 학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교실에 더 많은 교과서와 더 많은 교사를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를 제대로 공급해 학생들이 해가 진 뒤에도 숙제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라는 점을 잘 안다.
캐나다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중국보다 여전히 2배 많고, 인도보다는 8배 많다.
신체의 가장 큰 기관은 피부다.
두렵고, 시간에 쫓기고, 최악의 시나리오가 생각날 때면 인간은 정말로 멍청한 결정을 내리는 성향이 있다. 빨리 결정하고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다급함에 쫓기다 보면 분석적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요즘은 위성사진 덕에 북극을 덮은 얼음을 날마다 추적할 수 있어서, 북극의 얼음이 해마다 우려할 만한 속도로 빠르게 줄어든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를 보여주는 좋은 지표를 확보한 셈이다. 그런데 문제의 원인(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추적할 데이터는 놀랄 정도로 드물었다.
4단계 나라의 1인당 GDP 성장은 분기별로 나오는 공식 수치를 바탕으로 면밀히 추적할 수 있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배출 데이터는 겨우 2년만에 한 번 발표한다. 나는 좀 더 잘하라고 스웨덴 정부를 들볶기 시작했다. 2009년에는 온실가스 데이터를 분기별로 발표하도록 로비를 벌였다. 관심이 있다면 왜 측정을 안 하는가? 개선 여부를 추적하지도 않는다면 무슨 근거로 이 문제에 신경을 쓴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스웨덴은 2014년부터(세계 최초이자 아직도 유일하게) 온실가스 배출을 분기별로 추적하기 시작했고, 나는 이 사실이 무척 자랑스럽다.
학교에서 배운 세계에 관한 지식은 졸업하고 10~20년이 지나면 낡은 지식이 된다. 그래서 어른의 지식도 계속 업데이트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자동차업계는 차에 결함이 생기면 리콜을 단행한다. 구매자는 제조업체에서 “귀하의 차량을 회수해 브레이크를 교체해드리려 합니다”라는 편지를 받는다. 학교에서 배운 세계에 관한 사실이 낡았을 때도 “죄송하지만 저희가 가르쳐드린 지식은 더 이상 사실이 아닙니다. 귀하의 뇌를 보내주시면 무상으로 업그레이드해드리겠습니다”라는 편지를 받아야 한다.
세계에는 잠재적 위험이 많지만, 그렇다고 출근길에 노래를 부르지 못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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