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받은 집, 줌파 라히리, 마음산책, 2014(전자책 발행)

 

 

 

“이건 아내 거예요.” 그는 미랜더의 시선을 붙든 채 그 말을 천천히 입 밖에 내었다. “아내는 몇 주 동안 인도에 가 있을 겁니다.” 그는 눈동자를 굴렸다. “아내는 이런 물건에 중독돼 있어요.”

 

 그녀의 아파트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좋다고 했다. 폭이 빵 상자 정도밖에 되지 않는 부엌 조리대, 직직거리는 소리가 나는 조금 경사진 바닥, 누를 때마다 늘 약간 당혹스러운 소리를 내는 로비의 버저, 이러한 것들이 다 좋다고 했다.

 

 “그 여자 예뻐?” 아이의 엄마가 몇 주 동안 계속 입고 지낸 목욕 가운을 입은 채로 예쁜 얼굴에 잔뜩 독이 올라 있는 표정으로 아이의 아빠에게 물었을 것이다. “그 여자 섹시해?” 아이의 아빠는 처음에는 부인하며 화제를 바꾸려 했을 

것이다. “말해봐.” 로한의 엄마는 악을 썼을 것이다. “그 여자가 섹시하냐고.”

 

 그 장면을 상상하는 동안 미랜더 자신의 내부에서 울음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날 마파리움에 있을 때 모든 국가는 서로 만질 수 있을 만큼 가까워 보였고, 데브의 목소리는 유리에 부딪혀 심하게 울렸다. 9미터나 떨어진 다리 저쪽

끝에서 그의 말이 귀에 들어왔는데, 그 소리는 아주 가까우면서도 온기로 가득해서 며칠 동안이나 그녀의 피부 아래를 떠돌아다녔다. 미랜더의 울음이 더 커졌고,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러나 로한은 여전히 잠을 자고 있었다. 아이가 이제

여자의 울음소리에 익숙해진 것이라고 짐작했다.

 

  • <섹시> 중

 

 

 

 “엘리엇.” 마을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으면서 센 아주머니가 물었다. “넌 나중에 엄마가 늙으면 양로원에 모실 거니?”

 “아마도요.” 엘리엇이 말했다. “그렇지만 매일 찾아갈 거예요.”

 “지금은 그렇게 말하지만, 어른이 되면 지금은 알 수 없는 곳에서 네 인생이 전개될 거야.” 아주머니는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을 이었다. “아내가 생길 것이고, 아이들도 생길 거야. 그러면 그들은 네가 어디 다른 곳으로 데려가주기를

바라겠지. 그들 성격이 아무리 좋다 해도 언젠가는 네 엄마를 찾아뵙는 것을 두고 불평할 거야. 너도 그 일이 피곤하게 느껴질 테고. 빼먹는 경우가 점점 잦아질 테고. 그러면 네 엄마는 약용 캔디를 한 봉지 사려고 허약한 몸을 끌고

혼자서 버스에 올라야 할 거야.”

 

  • <센 아주머니의 집> 중

 

 

 

 산지브는 담뱃재를 버리려고 화장실로 갔다. 담배꽁초가 아직 변기 안에서 깐닥거렸지만, 수조의 물이 다시 채워지고 있었으므로 변기의 물을 다시 내리려면 잠시 기다려야 했다. 

 

 그는 침실로 걸어가다 침실 문 앞에서 트윙클의 구두를 마주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그 구두에 부드럽게 발을 밀어 넣는 그녀의 모습을 생각해보았다. 그 모습에서 이 집으로 이사 온 이래 자신이 줄곧 느꼈던 짜증의 감정 대신에, 그녀가

그 구두를 신고 곡선형 계단을 허겁지겁 뛰어 내려가고, 그러다가 목조 바닥을 약간 긁어버리는 모습이 머리에 떠오르며 애틋한 아픔을 느꼈다. 립스틱을 고쳐 바르려고 화장실로 달려가고, 사람들에게 외투를 내주려고 또 달려가고, 

마침내 마지막 손님이 떠나고 난 다음 체리목 테이블로 달려가 집들이 선물을 열어보는 모습을 떠올리자 그 아픔은 더욱 커졌다. 결혼 전 통화를 끝내고 수화기를 내려놓을 때 느끼곤 했던 아픔과 같았다. 그녀를 배웅하고 공항에서

돌아오는 차 속에서 이륙하는 비행기를 보며, 저 하늘의 어떤 비행기에 트윙클이 타고 있을까 궁금해할 때 느꼈던 것과 똑같은 아픔이었다. 

 

  • <축복받은 집> 중

 

 

 

 소문은 창문 빗장 사이로 전해져, 빨랫줄을 타고, 옥상 난간에 들러붙은 비둘기 똥을 건너서 멀리 퍼졌다.

 

- <비비 할다르의 치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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