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주)문학동네, 2020(전자책 발행)
사흘에 한 번씩 섹스를 하고 싶은 사람들 말고는 결혼을 안 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애벌레처럼 읽는 사람은 결국 쓰게 되는 거야.”
일 년에 한 번, 혹은 두 번 딸을 만났고 그것은 이제 살면서 운이 좋아야 서른 번 남짓 더 볼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입안에 말이 고이는 것을 보니 봄이 온 듯하다.
“근데 원래 예술보다 예술 조금 옆이 더 재밌다. 나도 그랬었다.”
할머니와 사이가 좋았던 손녀들은 나이 많은 여자들에게 너그러운 경향이 있기 마련이었다.
“열려 있는 사람이란 거. 튼튼하게 활짝 열리는 창문이나 공기가 잘 통하는 집처럼.”
어른들은 기대보다 현저히 모르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맞는 말 좀 하지 말아줄래?”
은행들, 증권회사들, 대기업들은 완고하게 엉망이었다.
“여자도 남의 눈치 보지 말고 큰 거 해야 해요. 좁으면 남들 보고 비키라지. 공간을 크게 크게 쓰고 누가 뭐라든 해결하는 건 남들한테 맡겨버려요. 문제 해결이 직업인 사람들이 따로 있잖습니까? 뻔뻔스럽게. 배려해주지 말고 일을
키우세요. 아주 좋다, 좋아. 좋을 줄 알았어요.”
부모가 우는 걸 보는 것은 정말로 무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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