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핸디의 포트폴리오 인생, 찰스 핸디, 에이지이십일, 2016(1판 5쇄)

 

 

 

 교육이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지식을 전수하는 체계적인 방법이다. 그래서 교육은 사회화 수단, 즉, 젊은이들이 연장자들의 생활방식에 익숙해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처럼 되어라, 그러면 괜찮을 것이다.’ 이것이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교육기관이 우리에게 보내는 암묵적인 메시지다.

 

 

 ‘여러분의 답이 더 훌륭하다면 책에 나와 있는 답은 중요하지 않다.’ 그날 내가 얻는 교훈은 그것이었다.

 

 

 지금도 기억력은 썩 좋지 않지만 이제 그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요즘은 나쁜 기억력이 오히려 창조적 발상을 촉진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며, 어떤 아일랜드 사람이 했다는 말을 종종 인용한다. “내 말을 들을 때까지는 나도 내 생각을 

모른다니까.”

 

 

 하지만 당시 경험 덕택에 좌절한 노동자들이 보잘 것 없는 힘이라도 부정적인 힘을 행사하고픈 유혹을 느끼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통화중에 전화를 끊어버린 콜센터 여직원, 나를 못 본 척 무시하던 웨이터, 뚜렷한 이유 없이 개발허가를 

내주지 않던 공무원, 부리나케 뛰어가는 나를 보고 문을 닫아버리던 공항 직원… 그들은 모두 부정적인 힘을 행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자신들이 중요한 존재임을 보여줄 유일한 방법이 그것이었으므로. 최근 영국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노동자의 72%가 회사에 불만이 있으며, 19%는 적극적으로 회사업무를 방해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답했다. 

 

 

 회계사는 측정이 힘든 인적자산보다 가시적인 금전적 비용과 자산에 우선순위를 두라는 교육을 받는다. 사실 회계사는 사람을 자산이 아니라 비용으로 간주한다.

 

 

 나는 처음으로 모든 학교는 ‘배워야 할 것’보다는 ‘가르칠 수 있는 것’을 가르치는 쪽을 택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새로운 삶을 모색할 시기, 새로운 직업이나 투자를 시작할 적절한 시기는 상황이 잘 돌아가고 있을 때이다. 하지만 일이 잘 될 때 다른 길을 모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한테도 그렇고 조직도 마찬가지다. 덧붙이자면 정당도. 보통은

내가 앞서 이야기한 충격을 경험한 뒤에야 안일한 사고에서 벗어난다. 시그모이드 곡선을 설명할 때마다 받는 질문이 있다. “A지점에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하는 질문이다. 지난 후에 뒤돌아봤을 때를 빼고는 결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난 뒤에 아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하지만 A지점임을 짐작케 하는 실마리들은 있다. 편안함도 그 중에 하나다. 너무 편안하고 삶이나 일이 마음대로 된다 싶으면, 만족감 때문에 본인이 안전하다는 착각에 빠지게되고 방심하기

쉽다. 그러므로 성공에 안주하는 것은 항상 위험하다. 개인의 삶에서든 사업에서든.

 

 

 평생 한 업종에만 종사한다는 구시대적 사고는 이제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들린다. 두 번 혹은 세 번 직업을 바꾸며 다른 인생을 산다는 발상이 점점 보편화될 것이다. 새로운 일이 유사 업종이 아니라 다른 능력을 요구하고 보수의 형태도

다른 별개의 업종인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일종의 ‘재생’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육체적인 죽음만 없었다 뿐 완전히 새로운 삶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그런 일을 하자고 거기 있는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내가 보기에는 ‘일과 생활의 균형’이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일과 생활이 별개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 인생이라는 사고방식에서는 대부분의 생활이 일이며 어떤 것은 따분하고, 어떤 것은 돈이 되고, 어떤 것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일과 생활의 균형’이 아니라 ‘일의 균형’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조직에서 나와야 하며, 점점 공급이 줄어드는 직종을 떠나 장래가 유망한 직종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나의 지론이다. 달리 말하자면 중년이 되면 대부분이 판에 박힌 일과를 견딜 만한 열정과 활력을

잃는다는 의미도 된다. 순진한 낙관론 속에서 감소하는 활력을 지혜가 보완해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혜는 활력만큼 많이 필요하지 않다.

 

 

 규칙, 규제, 서열이 조직의 골격이자 동맥이었고, 인맥과 정치는 말하자면 조직을 도는 피였다.

 

 

 “한 마디만 충고하겠네. 매일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반드시 할 일이 있어야 한다는 거네. 안 그러면 은퇴 여파로 사람이 죽을 수도 있어.”

 

 

 무소속의 독립생활자들은 누구나 자기 선전활동을 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이 나도 자신 또는 내가 만든 제품을 선전하고 판매해야 하는 현실을 싫어했다. 암만 해도 점잖지 못한 행동 같았다. 시장의 기본법칙인 수요-

공급 논리에 따르면 수요에 대응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수요라는 것도 처음에는 인위적으로 창출해주어야 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깨달았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영국인 89퍼센트가 경영진이 자기네 잇속만 차린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다른 연구에서는 노동자 95퍼센트가 최고경영자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르크스조차도 자본주의가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사회의 성장엔진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마르크스는 엔진의 소유자가 누구냐를 우려했다. 그는 노동자가 생산 수단을 장악해야 공평한 세상이 온다고 주장했다. 지금 노동자들은

생산수단의 대부분을 갖고 있다. 생산수단은 노동자들 자신에게 - 그들의 기술에, 재능에, 경험에, 지식에 - 있기 때문이다. 요즘 희소 가치를 갖는 것은 돈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소유한 생산수단이다.

 

 

 사무실 유지비용은 회사의 중요한 고정자산이다. 그런데 정작 사무실이 이용되는 시간은 하루의 반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서서히 깨닫게 되었다.

 

 

 미래의 사무실은 도시의 전형적인 클럽처럼 변모할 것이다. 클럽은 출입이 회원으로 한정되지만 회원들이 자기 것이라고 부를 만한 공간을 갖고 있지는 않다. 드물게 보이는 개인 공간은 그곳에 상주해야 하는 사람으로 한정된다.

클럽 사무직원 말이다. 그런 공간은 보통 뒤쪽에 처박혀 있다.

 

 

 아무도 클럽에서 개인 공간을 기대하지 않지만, 건물과 시설은 특정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조직이 사무실 공간에서 절약한 비용은 공동시설을 개선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 최첨단 통신장비, 훌륭한 음식, 체육시설은 필수지만

고급스런 가구와 미술품은 필수가 아니다.

 

 

 정신이 번쩍 나는 사건이었다. 영국학교협회의 요청대로 학교라는 조직으로 들여다보니 학생들은 공장의 생산물처럼 취급되고 있었다. 학생들은 조직 차원에서 처리중인 원료로 취급되었다. 수업이라고 불리는 다양한 작업장을 거치면서

이들은 검사를 받고 시험을 보고 등급을 부여받은 다음 외부로 발송되었다. 이런 처리과정은 통상 5년에서 7년 정도 걸렸으며, 애초 원료가 좋으면 마지막에 좋은 등급을 얻을 가능성이 높았다. 

 

 

 내가 주장하는 요지는 학교가 취하는 이런 전제 때문에 학교 업무가 필요 이상으로 어렵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조직 차원에서 학생들을 생산품이 아닌 노동자로 다룬다면, 분위기가 많이 달랐을 것이다.

 

 

 어쩌면 장수가 문제인지도 모른다. 빅토리아 시대에는 일반적인 결혼 지속기간이 15년이었다. 배우자 중에 한 명, 주로 아내가 일찍 죽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죽지 않고 떠나는 것이 다르지만 평균 결혼 기간으로 15년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사람에 따라서 더 길 수도 짧을 수도 있지만. 그러니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라는 말은 빅토리아 시대까지는 현실적인 근거를 가진 약속이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배운 다음, 나중에 반대로 할까, 모방할까를 결심한다.

 

 

 피터스를 포함한 비슷한 부류를 지칭하기 위해 ‘구루’라는 단어를 처음 만들어낸 사람이 누구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사실 썩 맞는 단어도 아니다. 피터 드러커는 기자들이 ‘허풍쟁이charlatan’란 단어가 표제로 쓰기에는 너무길어서 구루란

단어를 생각해낸 것이라고 비꼬아 말한 적이 있다.

 

 

 집필을 시작한 초기에 ‘포그지수fog index’라는 것도 우연찮게 알게 되었다. 포그지수를 구하려면 한 페이지에 사용된 단어를 모두 센 다음, 그 수를 마침표의 개수로 나눈다. 이걸 보면 평균 문장의 길이를 알 수 있다. 그리고는 3음절 

이상의 모든 단어, 모든 전문용어도 마찬가지로 작업하여 각각의 수치를 더한다. 나의 경우에는 페이지당 포그지수가 대략 18정도였다. <선Sun>은 평균 10이하고, <이코노미스트>는 종종 30까지 가기도 한다.

 

 

 경영전문가, 컨설턴트, 경영대학원, 심지어 일부 구루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용어들도 마찬가지다. 리엔지니어링, 핵심역량, 저스트인타임생산방식JIT, 식스시그마, 360도 피드백,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고객관계관리),

사회망 분석Social Network Analysis, 세계화, 투자수익률 마케팅ROI Marketing 등은 빤한 것을 번드르르하게 보이도록 포장만 한 사이비 전문용어들일 뿐이다…. 이런 사이비 전문용어는 모든 경영문제에 기술적 또는 전문적인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환상을 만들어낸다.

 나는 현실은 크게 다르며 훨씬 단순하다고 본다. 조직은 말끔하게 디자인하고 면밀히 배치하여 측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기계가 아니다.

 

 

 리더십 - 정치학에서는 경영학에서처럼 ‘관리자’라 쓰지 않고 이렇게 쓴다-  의 필수 과제는 개인들의 열망과 욕구를 개인이 속한 공동체의 목표와 결합하는 일이다.

 

 

 전문가 조직과 서비스 조직에서, 조직에 대한 첫인상-동시에 오래 지속되는 인상인 경우도 많다- 을 책임지는 사람은 고객과 직접 접촉하는 직원이다. 콜센터 직원일 수도 있고, 기계를 수리하는 엔지니어, 판매대에 서 있는 판매직원, 서빙을

하는 웨이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얄궂게도 고객과 대면하는 이들이 가장 열악한 보수를 받는 직원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는 관리가 쉽지 않다.

 

 

 시장에서 도망치기도, 경쟁을 피하기도 힘들다. 만약 우리가 시장의 논리에 동의하지 않고 다른 길을 걸으면, 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이 시장의 논리에 따라 우리의 고객에게 물건을 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세계화다.

 

 

저렴한 신흥시장을 찾아 떠도는 자본주의 기업들은 이들을 받아들이는 국가와 긴밀하지만 짧은 관계를 맺는다. 미국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Erving Goffman은 잠시 동행하다 헤어지는 이들 기업과 국가의 관계를 ‘택시’에 비유했다.

 

 

 태어나기 전의 일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굳이 사후의 일을 신경 쓸 필요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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