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습니까 믿습니다, 오후, 동아시아, 2021(초판 1쇄)

 

 

 대한민국에는 약 50만 명의 점술가가 있으며, 그들이 만들어내는 산업 규모는 4조 원에 이른다.

 

 

 로마 트레비 분수에는 매년 13억 원의 동전이 쌓인다.

 

 

 미신도 취향으로 존중받는 세상, 현대는 진정한 판타지 랜드다.

 

 

 자연현상이나 물건 등 모든 것에 영혼이 있다고 보는 세계관이다. 앞에 붙은 ‘anim’을 ‘animal’로 생각해서 동물을 모시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anim은 생명, 정신, 수이라는 뜻의 라틴어 ‘anima’에서 유래한 것이다. 특정 동물을 섬긴다면 앞에 소개한 토테미즘이다… 예를 들어 파도가 거세면 바다가 화가 났다고 생각해서 바다에 제물을 바치는 행위가 전형적인 애니미즘이라 할 수 있다. 한반도는 애니미즘의 전통이 강한데, 문, 부엌, 더 나아가서는 장독, 도자기 솥처럼 집 안의 소소한 물건에도 영혼이 있다고 생각했다.

 

 

 무당, 무녀, 주술사, 호칭이 무엇이든 신과 소통할 수 있는 샤먼을 중심으로 한 신앙 체계를 샤머니즘이라 한다. 샤먼은 신의 음성을 듣고 사람들에게 전하며, 사람들의 말을 신에게 전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운명을 알고 싶어 발버둥 치지만, 막상 신탁을 받고 나면 운명을 피하기 위해 발버둥 친다. 하지만 결국 그 발버둥 때문에 자신의 운명을 맞이한다.

 

 

 서양 의술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마저 “점성학을 이해하지 못하면 의사가 아니라 바보”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는 제자들에게 점성학을 가르쳤고, 환자마다 흉일과 길일을 나눠 치료를 진행했다. 사실 그를 현대의학의 아버지라 치켜세우는 것은 뿌리를 찾으려는 이념적인 노력일 뿐이다.

 

 

 당시 의대에서는 점성술을 진지하게 가르쳤으며, 교수들은 약을 투여하기 좋은 별자리를 두고 격렬한 설전을 벌였다. 그들에게 교육받은 의사들은 당연히 왕진 가방에 별자리 책을 가지고 다니며 치료에 적용했다. 노스트라다무스가 의사 출신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손금은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 어떻게 주먹을 쥐고 있느냐에 따라 그 모양이 결정된다.

 

 

 미신이 무서운 이유는 불완전 하기 때문이 아니다. 완벽하기 때문이다. 미신과 종교에 빠지는 사람들이 모두 바보는 아니다. 그들 중 일부는 우리보다 훨씬 똑똑하다. 그들은 단지 미신이 쌓아올린 체계를 받아들였을 뿐이다. 

 

 

 종교는 미신의 프랜차이즈를 고심한 결과다. 그들은 구원을 사후로 미뤄버린다. 현실적 문제는 다 신의 뜻이고, 지금 회생하면 죽어서 천국에 간다는 믿음을 설파한다. 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사후 세계 어음을 무한정 발행한다.

 

 

 이 대화는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주는데, 일단 사람들은 자기 종교만 벗어나면 매우 합리적으로 군다는 것이다.

 

 

 신흥종교 운동은 늘 있었지만, 사회나 정치가 혼란한 시기에 더 많이 흥하는 경향을 보인다. 예수가 활동하던 때는 중동 역사상 정치/사회적으로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 중 하나였다. 같은 시기, 예수 외에도 최소 11명의 메시아에 관한 기록을 찾을 수 있다. 왜 그중에서 예수만 성공을 거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난세는 메시아들을 쏟아낸다.

 

 

 2019년 영국 정부는 세계 최초로 외로움부를 설립하고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임명해 개개인의 고립이 공중보건에 심각한 위협이 됨을 선언했다. 외로움부 설립에 기초가 된 조 콕스 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외로움은 매일 담배 15개비를 피운 것만큼 건강에 해로우며 매년 320억 파운드(한화 약 48조 원)에 달하는 경제적 피해를 끼친다고 한다.

 

 

 영국의 종교사회학자 스티브 브루스Steve Bruce는 이렇게 단언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더 이상 기독교에 열정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종교가 허황되다는 확신을 가져서가 아니다. 단지 종교가 그들에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종교에 무관심해졌을 뿐이다.”

 

 

 마르크스는 생전에 자신의 사상이 왜곡되는 것을 보고 “나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발언한 적이 있다. 아마 예수도 오래 살았다면 비슷한 말을 했을 것 같다. 나는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민족주의나 내셔널리즘의 탄생은 정치적 목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앤더슨은 민족주의를 “다른 사상과는 달리 독자적 사상가조차 배출하지 못할 만큼 이념적으로 공허하다”라고 지적하면서, “지식인들이 깔본 탓에 이 사상에는 홉스들도, 토크빌들도, 마르크스들도, 베버들도 없다”라고 평가했다.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이렇게 말했다. “디즈니랜드는 사실 미국 전체가 디즈니랜드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존재한다.” 환상의 세계인 디즈니랜드가 있으니 그 밖의 세상은 현실이라 착각하지만, 실상은 사회 전체가 환상에 빠져 있다.

 

 

 <워싱턴 포스트>의 팩트 체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1,000일 동안 1만 3,000개가 넘는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운이 좋든 나쁘든 간에 대체 세상이 왜 나의 운에 맞춰 움직인단 말인가? 세상의 중심은 내가 아니다. 그것만 알아도 세상 많은 일에 마음이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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