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과, 구병모, 위즈덤하우스, 2018(전자책 발행)
여설 살…… 강박사의 딸은 여섯 살. 알면서 물었으나 굳이 아이의 목소리로 듣고 나니 ‘-쌀’이라는 발음에 맺힌 수분이 언제까지고 증발하지 않은 채 귓가에 맴돌 듯하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녀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함이 확실해지자 그의 몸 한 귀퉁이에서 약봉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한 시절과, 그것을 이루거나 부순 몇몇 장면들이 요동하며 그의 눈꺼풀 속으로 밀려들어왔다.
조각은 집이란 반 남긴 떡이나 씹던 껌을 벽에 붙여놓을 때나 필요한 곳으로 간주했으며 빈 몸으로 도망치는 데에 익숙한 사람이었지만 류는 의외로 집을 고집했다.
방역업을 시작한 뒤로 삶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 아닌 현재멈춤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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