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Philosopher, VOL.17
나는 누구인가? Who Am I?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변화를 조직하는 사람은 내가 바꾸려고 하는 바로 그 사람이다. 그러니 ‘새로운 나’는 언제나, 어쩔 수 없이, ‘예전의 나’의 창조물이 될 수밖에 없다. 내가 올바른 변화를 계획할 때 ‘예전의 나’에게 의지해도 되는 것일까? ‘예전의 나’가 그렇게 똑똑하고 현명하다면 애초에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심리치료사 브루스 티프트는 의미 있는 개인적 변화는 항상 ‘본능에 반대’된다고 설명한다. 의미 있는 변화는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하다.
사회학자 오토 노이라트의 항해 비유를 빌리자면, 우리는 모두 기나긴 항해를 떠난 선원과 같다. 배를 완벽하게 수리하고 싶어서 항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아무리 간절하더라도 바다 한가운데서 배를 수리해야 한다. 배는 이미 비다로 나왔다. 유일한 선택지는 항해하는 동안 구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써서 갈라진 틈과 물 새는 구멍을 임시로 땜질하는 것뿐이다.
인기 있는 TV 드라마와 영화 시리즈인 <스타 트렉>의 주무대는 어느 우주선이다. 그런데 이 우주선의 대원들은 자주 자살한다.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의 대원들은 몇 번이고 거듭해서 어느 기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이 기계는 대원을 분해한 다음, 막 목숨을 잃은 대원의 완벽한 복제물을 다른 행성에 재구성해 놓는다. 원래 대원인 척 행세하는 이 존재는 새로운 행성에서 모험을 마치면 다시 분해된다. 그러면 이 사기꾼의 복제물이 우주선으로 돌아와서 아까 그 사기꾼인 척 행세한다.
소름 끼치게도 대원들은 자기가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조차 모른다. 이 가련한 바보들은 자기가 그 기계를 통해 이동한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을 때의 나는 스마트폰을 다른 방에 두고 왔을 때의 나와 같은 사람일까?
내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스마트폰에 의존할수록 그것은 내 마음의 일부가 된다. 말하자면 스마트폰은 나의 인지 ‘능력’을 실제로 ‘실행’하는 데 유용한 일종의 출발점인 셈이다. 스마트폰을 켜는 순간 나는 왠지 모르게 달라진다.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뒤 새로운 기능을 실행하면 나는 더욱더 강해진다.
소셜미디어는 경쟁하는 자아들의 전쟁터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려고 애써 봤자 헛수고다. 다른 사람들이 보라고 온라인에 올려놓은 것은 무엇이든 본질상 바깥을 향하는 퍼포먼스다.
그런 기업들은 이런 정보에 ‘데이터 배기가스data exhaust’라는 명칭까지 붙였다. 이는 우리의 클릭과 검색에 관한 모든 데이터가 디지털 라이프의 부산물이자 사실상 쓰레기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이 쓰레기 같은 정보들이 일부 세계적인 거대 기업들의 부를 창출한다. 업계 선두 기업들은 “데이터 배기가스” 운운하지 않을 때는 “데이터가 새로운 석유”라고 말하곤 한다.
또한 우리는 사용하는 언어로 인종을 판단하기도 하는데, 이런 행동은 언어 인종주의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 미국의 음성 인식 기술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영어를 표준 영어보다 두 배 가까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인도 여성이 시리에게 음악을 틀어달라고 말하려면 억양을 바꿔야 한다.
어쩌면 우리는 ‘미국인’이라는 형태도 없고, 어쩌면 색도 없는 기준에 맞춰 자신의 억양을 바로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17세기에 존 로크는 우리가 시간이 지나도 동일인일 수 있는 이유가 특정 종류의 기억의 연속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간man’과 ‘인격person’을 학술용어로 사용하여, 한 사람이 시간이 지나도 같은 ‘인간’이지만 동시에 같은 ‘인격’은 아닐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 역시도 책을 쓰고 나서 아이들이 디지털 기기에 중독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사실 아이들은 평판 관리에 중독된 것이다.
우리는 젊은이들이 나중에 후회할 것이 뻔한 어리석은 발언을 하거나 두고두고 자신을 괴롭히게 될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상황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 주목해야 할 부분은, 역시 책이 나온 이후로 내가 꾸준히 관찰하고 연구해온 주제이지만, 오히려 정반대의 상황이다. 요즘 세대는 평판 관리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느라 위험을 감수하려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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