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mankind, VOL.20
식물의 목소리를 듣다
임이랑은 뮤지션이라는 본체를 갖고 있지만, 수년 전부터 그의 머리와 가슴에는 ‘씨앗, 이파리, 뿌리, 열매, 흙, 수분, 바람, 햇빛’이라는 여러 개의 애플리케이션이 작동하는 중이다.
식물에겐 나를 소개할 필요도 없었고, 저 자신을 치장할 필요도 없었어요.
수많은 철학자와 현자가 이야기했듯 매우 흥미로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 나는 죽는다. 그리고 죽을 거란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왜 별 쓸데없는 많은 일들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을까?
결국, 고통스러운 진실을 마주하는 것, 단지 그 자체를 타고난 미덕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그것은 미덕이 아니다. 오히려 삶의 가치를 고갈시킨다. 약속 공포증에 걸린 사람은 약속이라는 현실을 회피하기 위해 인간관계가 주는 풍요로운 경험을 거부한다.
나이 든 여성들의 강하고 당당한 모습을 잘 다루지 않는 슬로바키아 언론의 경향을 지켜보면서, 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이런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어졌어요… 빈에서 문득 노년의 여성이 카페, 극장, 영화관에 앉아 있거나 번화가를 당당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는, 그제야 고향에서는 이런 일이 거의 없어서 마치 공공장소와 문화공간에 노인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죠. 그와 동시에 슬로바키아 언론에서 노인은 항상 연약하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별로 가치가 없는 존재로 여겨지고, 어떤 면에서는 스스로를 소중히 생각하지 않거나 자신을 망각하는 모습으로 묘사된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성숙’ 프로젝트는 미디어와 사회로부터 강요된, 노화에 대한 보편적인 두려움을 다루는 한 가지 방식이에요. 너무 많은 젊은 여성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러한 두려움의 영향에 시달리고 있죠. 그런데 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저의 개인적인 생각도 바뀌어서, 실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노화에 대한 비이성적 두려움의 큰 부분이 사라졌어요.
결국 최고의 행복이란 베스트셀러 작가 글레넌 도일의 말처럼 ‘올바른 유형의 힘든 일’을 선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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