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켑틱, VOL.35, 과학 교양서의 문제적 질문들
고전적 관점에서 메타인지는 ‘모니터링monitoring’과 ‘컨트롤control’이라는 두 가지 연속된 과정으로 이뤄져 있어서, 자신의 인지에 대해 정확히 판단하는 경우 최적의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고 봤다.
PC의 시작은 정체성 정치다. ‘정체성 정치’를 위키에서 검색하니 “전통적인 요소에 기반한 정당 정치나 보편 정치에 속하지 않고 성별, 젠더, 종교, 장애, 민족, 인종, 성적 지향, 문화 등 공유되는 집단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배타적인 정치 동맹을 추구하는 정치 운동이나 사상”이라고 나온다.
과학과 대중의 소통에 관심 있는 과학자들은 그때까지 오로지 ‘과학의 대중화’만을 이야기했다. 어려운 과학을 단지 쉽게 설명하는 데 무진 애를 썼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이 책은 ‘대중의 과학화’를 시도한 첫 번째 과학 교양서라고 할 수 있다. 단지 과학에 쉽게 접근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학의 본령으로 대중 끌어올리기를 시도했고 성공했다.
하버트 스펜서는 좀 불쌍한 학자인데 진화 이론의 잘못된 적용을 언급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기 때문이다. 아마 영원히 그럴 것이다. 그는 ‘적자생존the survival of fittest’이라는 용어를 처음 제안한 사회학자로 자신의 논문 <동물의 다산성에 관한 일반 법칙으로부터 추구된 인구론A Theory of Population, Deduced from the General Law of Animal Fertility에서 이 용어를 처음 제안했다… 그렇게 ‘가장 잘 살아남는 것이 가장 잘 살아남는다’는 의미를 담은 지극히 당연한 적자생존의 자연적 원리는 이제 ‘가장 잘 살아남은 것이 가장 잘 살아남아야 한다’는 규범적 의미를 담은 요상한 사회적 원리로 변질되었다. 이를 사회다윈주의Social Darwinism라고 하는데 사실 다윈은 억울하다. 사회스펜서주의라고 해야 마땅하다.
스펜서의 주장은 치명적인 논리적 오류에도 불구하고 널리 받아들여졌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 공부를 잘해야 하므로 우등생에게 오히려 가산점을 주고 열등생의 점수는 깎았다. 일을 잘하는 직원이 일을 잘해야 하므로 능력의 차이를 까마득히 뛰어넘는 보상이 이루어졌다….
부최적자the unfit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다. “가진 것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기리라”라는 성경 말씀이 이루어진 것일까? 사실 이 구절은 믿음에 관한 우아한 신학적 비유다. 그러나 영 엉뚱하게도 사회 각 분야에 천박하게 적용되기 시작했다. 사회 발전에 ‘해로운’ 부최적자는 교육이나 근로의 기회를 박탈당했다. 기회의 불평등은 이들의 ‘불최적성’을 더 부각시켰다. 일 못하는 직원에게는 발전의 기회가 제공되지 않았고, 공부 못하는 학생은 진학 기회를 얻을 수 없었다. 양의 피드백을 통해 소위 사회적 최적자와 사회적 부최적자의 능력 차이는 마치 다른 종에 속한 개체마냥 끝없이 벌어졌다.
이제 누구를 만날지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이익 극대화와 위험 최소화다. 그러므로 아파트 라인 맞은편에 사는 집과 교류할 이유가 없다. 기대 이익은 작고 잠재적 위험은 크다.
사실 대인 관계에서 다정한 정서와 행동에 관한 신호는 신호의 발신자와 수신자의 차별적 위계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흔하다. 쉽게 말해서 갑보다는 을이 더 다정하다. 손님에게 점원이 다정하고, 마음에 드는 연인에게 다정하고, 유권자에게 출마한 후보가 다정한 이유다. 하지만 위계 관계가 종결되면 다정함도 끝난다. 우리는 영원한 다정함을 갈망하지만 진화할 수 없는 형질이다. 비용이 많이 들고 이익이 적은 형질은 진화할 수 없다.
다정함이나 공감에 관한 우리의 강력한 관심은 사실 사회적 관계에서 더 큰 이득을 추구하려는 심리적 동기에서 시작한다. 주변에서 자신에게 불친절하다고 따뜻하지 않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많이 보았지만 자신이 왜 더 다정하고 따뜻하지 못한 것인지 자책하는 사람은 별로 보지 못했다.
우리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말을 ‘다정한 사람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도덕 명제로 받아들이고 이러한 가치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는 식으로 오해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귀여운 오해지만 사실이 아니다. 적정 수준 이상으로 다정한 개체에게는 점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누적될 것이다.
협력과 갈등은 종종 선악의 문제로 간주되지만, 하늘에서 보면 동전의 양면이나 마찬가지다. 인류학자 로저 키싱은 이렇게 말했다.
부족원이 무엇을 위하여 연합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들은 주로 무엇에 대항하여 연합한다. 반목과 갈등이 없다면 집단은 더 개별적일 것이고, 서로에게서 훨씬 더 고립되어 있을 것이다.
작은 나뭇가지에서 만난 두 도마뱀은 서로를 가만히 노려본다. 그러다가 한 마리가 팔 굽혀 펴기를 시작한다. 그러면 상대방도 같은 동작을 한다. 이 두 도마뱀은 자신만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싸움을 하는 중이다. 같은 종의 동물끼리 피를 흘리면서 싸우는 일은 흔하지 않다. 그것이 결국 종 번식에 좋지 않은 행동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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