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녀장의 시대, 이슬아, 문학동네, 2023(1판 7쇄)

 

 

 마감을 마친 작가에게는 아드레날린이 돈다. 출판계에서는 그것을 마드레날린이라고 한다.

 

 

 그의 마음 속에는 천 편 넘는 영화가 출렁이고 있다.

 

 

 자신에 관한 긴 글을 듣자 오랜 서러움이 조금은 남의 일처럼 느껴졌다. 슬아의 해설과 함께 어떤 시간이 보기 좋게 떠나갔다. 이야기가 된다는 건 멀어지는 것이구나. 존자는 앉은 채로 어렴풋이 깨달았다. 실바람 같은 자유가 존자의 가슴에 깃들었다. 멀어져야만 얻게 되는 자유여였다. 고정된 기억들이 살랑살랑 흔들렸다.

 

 

 슬아는 어른도 약하다는 것을 일찌감치 배웠다.

 

 

 스마트폰을 자기 손의 연장선처럼 자연스럽게 다루는 청년들과 달리 중년들은 그것을 너무나 타자처럼 다룬다.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는 티를 팍팍 내며 사진을 찍는다.

 

 

 준비한 시간에 비해 식사는 언제나 휘리릭 끝나버리고 만다. 하루이틀만 지나도 오늘 차린 밥상 같은 건 슬아나 웅이나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밥은 책처럼 복사가 안 돼. 매번 다 차려야지. 아점 먹고 치우고 돌아서면 저녁 차릴 시간이야.”

 

 

 마감과 나 자신의 사이가 나쁘지 않도록 조율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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