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서머스 1, 스티븐 킹, 황금가지, 2022(1판 2쇄)
빌리는 대본에 없던 휘파람을 분다. 닉과 프랭크와 폴리 같은 친구들 앞에서 바보 빌리인 척할 때 쓰는 그 대본은 안전벨트와 같은 개념이다. 안전벨트를 하는 이유는 교통사고가 날 거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언덕 너머에서 누가 내 차로로 넘어올지 모르기 때문이지 않은가. 이런 논리는 사람들이 온 사방에서 갑자기 핸들을 꺾고 고속도로에서 역주행을 하는, 인생이라는 도로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누아르가 한 장르라면, ‘마지막 한탕’은 서브 장르다. 그런 영화에서 마지막 한탕은 항상 문제가 생긴다.
늦은 점심식사를 마친 뒤에는 손을 베개 아래에 넣어 뒤통수를 받치고 거기 숨어 있는 냉기를 느끼며 침대에 눕는다. 그 냉기는 젊음과 미모처럼 오래가지 않는다.
빌리 눈에는 슈퍼마켓과 대형 교회가 낳은 사생아처럼 보인다. 이건 집이 아니라 건축학계의 빨간색 골프 바지다.
빌리는 책을 읽는 것처럼 계속 지갑을 뒤진다.
케시가 죽은 뒤로 엄마는 술을 많이 마시기 시작했다. 대개 집에서 마셨지만 가끔 술집에서 마실 때도 있었고 남자를 집으로 데려올 때도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하나같이 나쁜 남자친구였다. 그러니까 쓰레기였다. 그런 일이 벌어진 뒤에도 엄마가 왜 다시 똑 같은 남자들을 만났는지 모르겠지만 엄마는 아무튼 그랬다. 꼭 토해 놓고 그걸 다시 먹는 개 같았다.
이 두 번의 심리 뒤에 스펙 씨는 내게 이제 네 마음대로 살 수 있게 됐으니 하느님의 가호가 있길 바란다, 벤지라고 했다. 내가 하느님을 믿지 않는다고 하자, 스펙 씨는 믿게 될 거라고 두고 보면 안다고 했다.
내가 보기에 너는 취조실에서 경찰들이 번갈아 너를 괴롭히면 10시간도 못 버티게 생겼다는 거야. 그들이 솔깃한 거래를 제안하면 심지어 5시간이 될 수도 있어. 너는 달걀처럼 쩍 갈라질 거야.
“임종을 앞두고 사무실에서 보낸 시간이 너무 적었다고 후회하는 사람은 없다.” 오스카 와일드가 한 말이에요.
그는 생기발랄한 검은 머리다. 어떻게 아침 댓바람부터 다들 이렇게 생기발랄할 수 있을까? 약을 먹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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