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B, VOL.97, DISNEY
지금의 콘텐츠 시장은 곧 ‘관심 경제’, ‘중독 경제’로 불리고 있습니다. 대상의 본질을 천천히 탐색하기보다 대상을 경험하고 인증 도장을 찍는 방식으로 빠르게 많은 것을 집어삼키는 소비 패턴이 일상적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많은 산업이 엔터테인먼트화하고 있습니다. 패션도, 메이크업도, 뉴스도, 지식도, 모든 것이 놀잇감이 되어야만 하는 시대입니다. 유희가 곧 기술이며 맥락이자 가치인 것입니다.
창립자 월트 디즈니는 엔터테인먼트를 이렇게 정의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지식의 발견에는 위대한 엔터테인먼트가 있다는 근본 개념을 따르려고 노력했습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위대한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언제나 지혜와 휴머니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요.” 월트 디즈니의 말대로라면 디즈니가 전하고자 하는 엔터테인먼트는 앞서 언급한 도파민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디즈니의 오랜 팬들은 긍정, 용기, 낙관주의, 기쁨, 삶의 감각 등의 가치를 디즈니가 선사하는 엔터테인먼트와 연결하곤 합니다.
“영화든 다큐멘터리든 작품을 만드는 일은 여러 사람의 힘이 필요합니다. 특히 조직의 규모가 큰 배급사는 훨씬 복잡한 과정을 거쳐 제작 결정을 내리는데, 어떤 책임자와 일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에요. 야구에 전혀 흥미가 없는 사람도 있고, 스포츠나 다큐멘터리는 팔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죠. 누군가는 콘텐츠의 내용보다 ‘유명인이 몇 명 나오기 때문에 이 기획은 몇 점’ 식으로 수치화해 평가하기도 합니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스크린 안팎으로 ‘꿈과 환상의 나라’라는 메시지와 슬로건을 공고히 하는 비전은 1957년 월트가 직접 그렸다는 ‘디즈니 레시피 The Disney Recipe’에 모두 집약돼 있다. 그의 그림에 따르면 모든 비즈니스는 다른 분야의 비즈니스와 연결돼 있어 자사의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흥행이 당장은 부진해도 그로 인한 손해는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 안에서 만회된다. 그름으로써 성공적 콘텐츠의 매력을 다기 성과로 소진하지 않고 다방면으로 지속적 소비를 유도하고,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그러니까 월트는 오늘날 수많은 기업이 논하는 콘텐츠 생태계를 바탕에 둔 플랫폼 비즈니스를 일찍이 1950년대에 내다보고 완성한 것이다.
“저는 누군가의 전기를 읽을 때 앞부분 몇 챕터에만 흥미가 있습니다. 그가 성공한 후의 이야기는 관심이 없습니다. 무엇이 그들을 성공하게 만들었는지에 흥미가 있습니다.”
- - 마이클 아이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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