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이슬아 수필집, 이슬아, 헤엄 출판사, 2023(초판 25쇄)

 

 

 사람들은 왜 대부분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조금 강아지 같아지는 걸까.

 

 

 그 문장들을 읽고 기억하게 되었다. 우리를 고유하게 하는 이유의 대부분은 타인에게 있다는 걸 말이다. 남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나는 이따금 겨우 특별해지곤 했다…. 우리의 존재는 타인과 맺는 관계에 의해 끊임없이 새롭게 구성되는데, 그건 축복일까 저주일까?

 

 

내 얼굴에 입술이란 게 있다는 사실이 창피하고 좋았다.

 

 

 할아버지는 뭐든 열심히 아끼고 사랑하고 관리했다. 때론 상대가 도망가고 싶을 만큼 그렇게 했다.

 

 

 여행지에서 행복해지는 건 의외로 어려운 일이지. 미리 돈을 지불했으니까 행복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잖아.

 

 

 친구 중에서 드물게 에스엔에스를 전혀 하지 않는 이들도 더러 있다. 하다가 끊은 이도 있고 애초부터 안 한 이도 있다. 그중 한 명은 ‘정말로 기억되고 싶어서’ 에스엔에스를 안 한다고 말했다.

 

 

 국내 산업 잠수사의 인구는 천 명이 안 된다. 수영과 잠수에 능숙한 사람들의 숫자보다 훨씬 적다. 강릉에 있는 한 대학에는 산업 잠수학과가 있고 졸업하면 산업 잠수 자격증이 나오는데, 취득한 학생들을 산업 잠수 현장에 데리고 오면 5분도 안 되어 울며 나가는 이가 태반이라고 할 정도로 험난한 노동 환경이다. 산업 잠수사 중에는 신체의 극한을 경험해 본 자들이 많다. 해병대나 UDT나 SSU 출신들.

 

 

 웅이가 잠수 일을 그만두고 1년 사이에 정확히 그가 일하던 자리에서 두 명의 잠수사가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또 다른 잠수사가 있다.

 깊은 물속에서 너무 많은 이들을 너무 늦게 안아버려서 더 살아갈 힘을 낼 수 없었던 고 김관홍 잠수사라는 사람을, 우리는 알게 되었다. 그는 가라앉은 세월호에 들어갈 때 딱 두 가지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옳은 일인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인가.

 

 

 쓰거나 고쳐서 완성해야 할 글이 있는 삶과 없는 삶은 조금 달랐다. 글을 쓰는 건 고된 일이지만 자신의 쓸모를 찾는 데에 도움이 되는 일이기도 했다. 쓰는 동안 우리는 우리가 각자 고유한 사람들임을 잠깐 기억해냈다.

 

 

 해가 지날수록 한 사람 한 사람, 자신의 세계로 모시는 일에는 품이 많이 드는 것 같아요. 이미 모셔온 이들을 대접하기에도 손이 많이 가죠.

 

 

 어느 책에서 롤랑 바르트는 더 이상 자기 자신에 대해서 말하지 않고 사랑하는 타인들에 관해 말하는 것을 구조 활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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