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어디선가 특히 지하철에서 탑승 하자마자 몹시 두리번거리는
일행이 없는 혼자이며 귀에 살짝 닿는 반곱슬 검은머리에
키가 크고 어깨가 넓고 팔뚝이 단단한데 손가락은 갸날프게 생긴
하얗고 어려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나이든 티가 나는
제법 잘생기고 요새 운동 좀 부지런히 하는 듯한
남자가 아직도 두리번거리고 있다면 그 사람이 메르다.
메르는 무척 두리번거린다.
내가 그곳을 바라보고 있지 않은 동안에도 그곳은 존재하는가,라는
실존적 세계관의 탐색 중이기도 하지만, 보다 본능적인 이유는
이 전철이나 버스에 불이 나거나 폭탄이 터지려고 할 때
누구를 구할 것인가를 미리 정해놓기 위해서이다.
메르는 엘리베이터, 버스, 지하철 등의 밀폐된
사고다발예상공간에 출입시 출입과 동시에 두리번거리면서
내가 구해야 할 여자를 찾는다.
그래서 객실 내에 한 명의 구하고 싶은 여자를 찾고 나면
계속해서 그 여자의 상태와 위치를 수시로 확인한다.
그 뒤에 사고 나기를 기다린다.
메르는 늘 사고에 대한 긴장을 어느정도 하고 있기 때문에
여행을 다닐 때나 무너질 것 같은 건물에 드나들 때
가방에 물과 초콜렛을 준비해 놓는다.
그리하여 건물이 무너지면 어떻게든 카우보이 장고처럼
"바퀴벌레의 힘!"이라고 외치면서 초코렛 아껴먹으면서 끈질기게 살아남아
각계층으로부터 위로와 후원을 받으며 인터뷰도 하고 그러길 기다린다.
때로는
이리저리그리아무리 살아봐도 메르는 자신의 삶이 무의미하다.
때로는
매우 의미있게 자신을 기억해줄 몹시
아름다운 여성을 구하고서 죽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메르가 그토록 두리번 거리는 이유 중에는
아무도 자신을 포착하지 않는 군중 속의 유령이 되는 순간에
잽싸게 춤을 잠깐 추고 안춘척 하기 위함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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