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에,
내가 사주는 곱창을 구리시에서 얻어먹으면서
자신이 생일선물로 사준 책을 내가 흔적없이 읽고서 다른 생일인 사람에게
선물로 주고 밥을 얻어먹은 사실을 추궁하던 대학 동기 여자녀석이 있다.
내가 백세주 마시자니까 자긴 밍밍해서 싫다하길래
곱창 하나 오돌뼈 하나에 내가 마실 백세주 한 병과 녀석이 마실 소주 한 병을 주문했다.
이녀석이,
내가 싸이월드 해킹 당해서 300편 날아갔다고 하니까
나보다 더 아까워하던 녀석이다.
어제,
이녀석에게서 잘 지내냐는 문자가 왔다.
요새,
문자 받은 지가 너무 오래되서
예전과 달리 핸드폰을 자주 들여다보지 않는다.
결국,
이녀석 문자를 보고, 답장 보내려고 생각했다가, 깜빡하고서
오늘이 되었다.
답장이 없으면,
그냥 잘 지내는 줄로 알지 않을까?
이녀석은 꽤 담대한데, 적어도 담대하게 행동하는데
나는 꽤 심약하고 냉정해서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심약한데 냉정하다, 나는.)
한 번 문자에 답장을 보내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문자를 기다리게 된다.
술도 한 번 마시면 매일매일 마시고,
담배도 한 번 피우면 매일매일 피운다.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이라던가...
지금 간신히, 문자도, 전화도, 술도, 담배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다만 블로그가...
음. 결국 문자는 안보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