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소>라는 시를 쓴적이 있다.
대학생들 방학이라고 집에 다 돌아가는 어느 날 오후 5시
늦게까지 남아 푹푹 걸레를 한숨처럼 빨고
영혼까지 습기 찰 것처럼 질척하게 유리를 닦고 있는
청소아주머니를 보고 쓴 시다.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소같고 스스로를 삶아내는 삶이라고 표현하려고
궁색하게 애쓰던 기억이 난다.
해는 저물어가고
끝내 한 아주머니만 남아서 유리를 마저 닦게 되었고
나머지 아주머니들은 또 집안일을 하러 서둘러 돌아가고
이 아주머니들 젖퉁이에 주렁주렁 매달린
아들이나 딸 남편 시부모 친정부모 친척 이웃
그런 것들이
슬픈 것도 아니고 아픈 것도 아니고 그저 묵직했던 것 같다.
학교 본관 건물 1층을 나가다 말고
소파에 부침개 반죽처럼 가만히 놓여서
저렇게 박박 문지르는 아주머니를 보고 있는데 왜
내 마음까지 박박 문질러지는 기분이 들지를 않고
닦으면 닦을 수록 그것을 보면 볼수록 생기름이 끼고
그러는 것 같았다.
지난주말 안성에 갔을 때
버스를 한 시간 동안이나 기다리고 있을 때
발견한 소 드라이버이다.
카메라를 치켜드니까
내 앞까지 와서는 워워~ 서시더니
사진 찍으실라우?
폼을 잡으시며 떠나셨다.
풍경사진 보다는 인물사진을 좋아하는데
카메라맨은 대체 어떻게 접근했길래 저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걸까 놀라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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