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두려움과 후회가 질척이는 시간.

여행 출발까지 3시간 남았네요.

 

어쩌면 이번 여행을 계기로 Smile.님과 지금보다 멀어질지도 모르죠.

예를 들어 인터넷 상에서 이러저리그러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던 사람이

실제로는 이러지도저러지도그러지도아니한 사람이었다면

사이가 안좋아질 수도 있겠죠.

 

저는 그다지 낙천적이 아니고 한때 냉소주의자를 표방했으며

소심하며 내 삶의 부당한 상황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내 생에 최고의 친구를 얻었다."

"이번에 만나지 않았으면 정말 후회했을 거다."

그럴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의 관계는 친밀하고 좋다. 나는 지금의 친밀함이 깨질까봐 두렵다.

그냥 이대로 ... 이면 좋지 않을까."라고 저에게 말한 한 여자가 있었어요.

나는 그 후로 연락을 끊게 되었어요.

 

세상에는 중력이 약한 사람이 있어요.

어느정도의 친밀함을 오래 유지하지 못해요.

위의 여자도, 모르는 상태에서, 서로 호감을 가지고, 함께 얘기하고,

자주 만나고하면서 당시에 가장 잘 통하는 친구라고 서로가 인정하게 되었죠.

다만 이 친구는 여기서 더 가까워지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고

저는 이 상태로 머무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죠.

아마도, 이 여자에게는 이 정도의 거리가 안정감을 주는 거리였을테고

저로서는, 전혀 안정감을 못느끼는 거리였던가 봐요.

 

사람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별이고 서로의 위성이라면

달과 지구처럼 엄청난 거리에 있으면서도 불안하지 않고

그 거리를 충분히 유지시켜주는 중력이 서로 작용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나의 경우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중력이 너무 약해요.

여러 사람을 한꺼번에 연결지어두지 못하고

그들 사이에서 안정감을 찾지 못해요.

 

어쩌면 나는 기생별이 아닐까 생각해요.

충분히 달라붙어야 평온함을 느끼죠.

그래서 나는 나름대로 친한 친구들이더라도

아주 멀-게 느껴지고 소식도 거의 하지 않아요.

나는 키도 크고 어깨도 넓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언제나 그사람에게 업혀있는 느낌을 받아요.

 

나는 분명, 에너지용량도 작고 한꺼번에 여러가지 일을 하거나

한꺼번에 여러사람들과 관계유지를 하지 못하는 별.

게다가 조급하죠.

시 한 편을 30분만에 쓰고 마니,

시 쓰기를 전혀 즐기고 있지 못하지 않는가 싶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즐거워요.

더욱이 관계가 점차 나아지고 가까워지는 것도 즐겁죠.

만남에 있어서 <고통점>은 가까워지다 멈추게 되는 바로 그 지점이죠.

하지만 심지어 가족이더라도 멈추게 되는 지점은 있고

멈추게 되기 때문에 계속 새로운 사람을 찾아다니게 되는 것 같아요.

 

생각은 이쯤하고

이제부터는 기대를 하도록 하죠.

춘천과 하늘과 바람과 마임배우들과 자연과 닭갈비와 우연과 Smile.님의 미소와 소양강과

조그만 섬 위도와 물안개와 구름과 야시장과 풀숲의 떠들썩함 같은 것들. 

 

 

 

 

 

'som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는 정말 눈이부셔  (0) 2005.05.30
여행일지  (0) 2005.05.30
다녀올게요  (0) 2005.05.28
50회 기념 - <melt를 녹인 사람들>  (0) 2005.05.27
소야 안녕?  (0) 2005.05.2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