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헌터> 라는 만화를 보면
명문 킬러집안에서 자란 사람 죽이기를 파리 죽이듯 하는 녀석이
언제나 용기가 넘치고 밝고 정의로우며 신념이 강한 자신의 친구에게
마음 속으로
"너는 정말 눈이부셔. 나 따위가 네 곁에 있어도 될까."
이런 말을 한다.
이 두 명을 살리고자 선배 한 명이 상대불가능한 적에게 맞서며
이들을 도망시킨다.
실신한 채 도망된 이들은 깊은 절망에 빠져들 상황인데
이 눈부신 녀석은, 돌아가서 구출하자, 힘이 부족하면 키우자,고 말한다.
이런 친구에게 킬러집안의 사람 죽이기를 밥먹듯이 하는 녀석은 깊은 감동을 받는다.
태양은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한다.
나는 지금 어둠에 휩싸여 있다.
계단을 오르다 아침 햇살을 보고 눈물이 날 뻔했다.
저렇게 밝다니. 나는 못해.
이미 몇 달 전부터
사용가능한 항암제는 모두 사용한 상태였다.
수술이 재발한 것이고 재수술 하기에는 체력이 모자랐다.
더이상 손 쓸 도리는 없다, 고 서울대학병원 내과 담당교수가 말했다.
진통제라도 써서 고통을 줄여드리는 것을 의사도, 가족도 소망한다.
진통제를 쓸 경우, 어차피 효과를 기대할 수없기는 하지만, 그나마 사용하던
항암제 사용이 불가능하다.
항암제를 사용해도 죽고 사용하지 않아도 죽지만,
사용하지 말고 진통제로 가자!고
의사도, 아버지도, 나도, 동생도, 쉽게 말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나는 가자!고 하고싶다.
어머니와 나는 헤어질 때가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이것이 해로운 빛인지 이로운 빛인지는 모르나
내가 낼 수있는 빛이다.
그런데 빛 내지 못하고 있다.
엉거주춤, 판단유보, 책임회피, 경솔부담, 지탄염려.
빛 따위는 없는 식어버린 운석같이 위기를 대처하고 있다.
어머니의 죽음은 위기이다.
위기는 기회라고들 한다.
오늘도 시시각각 기온이 상승한다.
태양아, 너는 정말 뜨겁구나.
눈이 부셔, 망막에 암이라도 생길 것 같다.
내가 어머니였다면, 틀림없이 항암제 말고 진통제를 투여해달라고 했을 것이다.
어머니 지금 의식불명이시고, 혈압 94, 호흡 18/m, 심장박동 124/m,
여행을 두려워하면 평생 떠날 수 없다.
이별을 두려워하면 만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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