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 여행사에서는

유일한 투어 고객인 Smile.님과 고속버스터미널 앞

분수대에서 만나 무박 2일간의 춘천여행을 이루어냈습니다.

 

수익성과로는 상당한 적자인데요.

이게 다 고객이라고는 Smile.님 한 분 밖에 없었던 데서 나오는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Smile.님에 대한 첫인상으로는 아주 끔찍했는데요

그래도 내심 여성을 기대했건만 여지없이 남성이었던 점.

여동생이 있긴 하지만 이미 애인이 있다는 점.

 

삐그닥대는 출발이었습니다.

차는 지독하게 막혔지만

춘천 닭갈비는 맛있었고 무료 솜사탕과 무료 칵테일 시음을 할 수 있었고

고슴도치 섬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잔디밭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공연은 빼어났고

지독하게 노력하는 마임이스트들과

별로 노력하지 않는 마임이스트들이 혼재했고

 

몇 개국의 사람들이 몇 개국의 말을 했고

몇 개국의 노래와 악기가 울렸고  

 

옥수수구이와 캔맥주가

메르 여행사의 재정을 악화시키기는 했으나 맛 좋았고

Smile.님도 점차 여자처럼 보이기 시작했고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아가 화려했고

누울 때만 마주치는 그런 바람도 있었고

 

올해는 물안개가 없었고

새벽은 추웠고

섬은 어디론가 둥둥 떠내려가기 시작했고

우리는 빙글빙글 돌았고 뛰었고 졸았고

 

새벽이 되었고 해가 떴고

공연자 숙소에 잠시 들어가서 한 숨 자고

버스를 타고 돌아왔죠.

 

버스 안에는 예정된 피로가 쌓여있었고

메르여행사는 잔고를 드러내고 있었으며

Smile.님은 mp3배터리가 바닥났고

오는 길에 강촌 가평 청평의 물길을 만졌고

얼마 남지 않은 서울이 답답했고

정말 그렇다는 얘기를 주고받았고

 

어머니가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셨고

심장이 멎거나 호흡이 멈추더라도

인공적으로 되살리는 시술을 하지 않겠다는 서명을 했고

응급실과 중환자실 어디에도 병실이 없어

복도에서 링겔을 맞으셨고

소생실에서 수혈을 받고 소변줄을 꽂고

산소줄을 꽂고 다섯 군데에 바늘을 찔러서 겨우

두 군데에서 피를 뽑을 수가 있었고

 

새벽 두 시가 되어 집에 들어가 잠을 자고

병원 가기 싫다는 생각을 하고

일 하러 나와서 어머니가 그렇다는 얘기를 하고

바로 병원으로 가라는 것을 좀 더 있다가 가겠다고 하고

쓰고 있는 여행일지.

 

나이스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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