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병원 응급실 가는 길에 땀나게 걸으면서 문득

아주 오래전의 그립고 평범한 무엇이 떠올랐다.

 

껍질 없던 거북이가 처음 껍데기를 달고

15년 만에 껍질 없던 때를 기억해낸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독서실 가던 때의 느낌을 떠올리게 했다.

 

응급실 가는 길은 독서실 가던 길과 비슷하다.

 

 

1 가야하기 때문에 간다는 것.

2 지루함을 참기 위해 책을 들고 간다는 것

3 제대로된 식사를 못한다는 것

4 그러면서도 주전부리를 자주 하게되는 것

5 중요한 순간에 도움이 된다는 것, 이를테면 오갈데 없는 시험 때나 환자가 위급할 때

6 외롭기 때문에 눈이 나빠진다는 것

7 등 구부린 채 엎드려서 잔다는 것

8 실상 별 하는 일 없이 다닌다는 것, 그러면서도 잠은 못자고 괜히 지쳐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뭔가 뿌듯하다는 것

 

 

다만 그때는,

집에 가기 위해 독서실을 갔지만

지금은 집을 떠나보내기 위해 간다는 것.

 

좀더 늙고 약아졌다는 것.

 

그때는 오늘 생각을 못했겠지만, 오늘은 그때를 생각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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