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여자와 얘기를 하면서 커피와 수박을 먹었다.

정말 의외로, 커피와 수박의 맛이 잘 어울렸다.

수박을 한 입 담고, 커피를 뽀뽀하듯이 쪽 빨아 섞으면

뜨거운 커피와 차가운 수박이 한 데 섞이면서

한 겨울 일을 마치고 돌아온 작은 집,

꽁꽁 언 발을 녹이던 뜨거운 세숫물처럼 안락하다.

 

던킨 도너츠 TVCM을 흉내 내서

"커피? ...... 앤(드) ... 수박!"

이라고 말했는데 여자가 웃었다.

 

"이런 거 웃어주면 안되는데"라고 말하면서도 이쁘게 웃어서 기분이 좋다.

 

어제,

www.t09.co.kr  사이트에 갔었다.

그곳에서는 각종 캐릭터 티셔츠와 패러디 티셔츠를 판매한다.

 

디자인을 예쁘게 만들어서

커피 & 수박 셔츠를 만든다면 꽤 괜찮을 것 같다.

<더킹(The King) 도우너(둘리친구)>

그곳 캐릭터 티셔츠의 대부분은 만화 캐릭터 였는데

실존 인물로는 이소룡이나 체 게바라 정도가 있다.

 

나는 체 게바라가 멋있기는 하지만 좀 식상해서

루쉰(중국 사상가, 잡문 예술가)의 캐릭터 티셔츠가 가지고 싶다.

그러나 아직 한국에서는

한 벌도 루쉰 캐릭터 티셔츠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은 흐리흐리하니 날씨가 마음에 들고

토요일에 일을 나왔기는 하지만 몹시 조용해서 기분이 좋다.

차분하고 행복하게 오늘 하루를 보내고 싶다, 정말.

대단한 어떤 걸 오늘만큼은 바라지 않는다.

 

불쾌하고 당혹스런 사건만

툭! 툭! 튀겨나와서 기름기 흘리며 나를 쥐고 흔들지 않기를 바란다.

가끔은 평화로운 평화로운 평화로운 주말을 내게 허락해 달라.

 

 

 

 

 

ps. 커피가 1회용 분말이었고, 밀크커피였기 때문에 꽤 달았고, 수박도 달았다. 그래서 많이 먹지는 못했다. 블랙커피에 한 번 먹어보는 것도...

 

 

ps. 같이 먹기 좋은 것으로는, 군고구마와 흰우유가 훌륭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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