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자는 걸 좋아해.

좋은 꿈 꾸는 것도 좋아하지.

한국말 누가 만들었을까, 참 잘만들었네.

 

잠 꿈 

 

참 잘 어울리는 모양이야.

둘다 아래 ㅁ 이 있고.

 

영어로는 어떤가 볼까.

sleep dream

 

이것도 괜찮네 스펠이 똑같이 5개 씩이고

모음 발음도 비슷하고.

 

다들,

말들을 잘 만드는구나, 아니면.

잘 만들어진 말들만이 지금까지 살아남았는지도 모르지.

 

몇 천개의 언어가 있었다는데...

 

오늘 누가 비가 온다고 했는데

비가 안 올 것 같아.

 

잠 자다가 비를 맞아서 깬 적이 세 번 있어.

 

한 번은 초등학교 때인데 잘 기억이 안나.

 

한 번은 대학 때 MT가서, 아마 강촌이었을거야,

사람 없는 운동장 구석에 누워서 낮잠 자고 있었는데,

비가 와서 깼어. 한 참을 그냥 맞고 있었어.

 

한 번은 지난 주인데, 병원 옥상 벤치에서 깜빡 잠이 들었는데,

빗방울이 떨어져서 잠에서 깼어.

 

비는 참, 조용하게 사람을 깨우는 것 같아.

자명종처럼, 성급한 어머니들처럼 시끄럽게, 흔들어 깨우지도 않고

가만히 톡, 떨어지는데 탁, 잠이 깬단 말이야.

 

물론 아닌 적도 있어.

군대에서 행군하는 중이었는데 폭우가 쏟아졌어.

팬티에 물이 출렁거리고 전투화에 발은 두부마냥 맹글맹글해졌지.

너무 졸려서 빗속에 걸으면서도 잠을 잘 정도였어.

잠깐 쉬는데 빗물이 발목까지 차오르는

공사중인 고속도로에서 그 앞도 안보이는 폭우속에서 잠이 들더라고.

입에 물고 있던 오이를 베고서 말야.

 

그때는 비가 나를 깨우기 보다, 재웠어.

군대에서 나는 늘 잠자고 있었지.

"늙은 사자"가 말년에 내 별명이었어.

 

제주도에서 있을 때는 폭풍이 불었어.

승마장에 있었는데 이름은 탐라승마장이었고

한라산 근처에 있었어.

노란 컨테이너 박스에 돌을 담아서 지붕에 올리고 일찌감치

태풍 맞을 준비는 끝냈는데 땀이 나고 너무 끈적거렸어.

제주도는 내륙이 시골이라서 거기는 수돗물도 없고

트럭에 물을 싣고 와서 담아두었는데 바닥난거야.

해가 지고 나서 승마장 숙소를 벗어나면 정말로

내 손바닥도 안보이게 캄캄한 내륙이었어.

 

비누 하나 들고서 태풍 속으로 걸어갔지.

팬티를 벗고 배누칠 하고 빗속에서 샤워를 했어.

내 손도 안보이는 지경이었으니까 누가 봤겠어.

씻기는 씻어야지. 비는 깨끗했으니까.

 

너무 기분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아자!

소리쳤는데 태풍 소리가 커서 아무도 못들었을 거야.

그때가 스무 살이야.

 

요즘 잠을 자거나 깰 때면 지난 일들이 문득 떠오르는데

그 지나간 일들이 사실 꿈이 아닐까 싶기도 해.

좋았다는 말이기도 하고 아쉽다는 말이기도 하지.

 

그렇다고.

다음주 부터는 장마라고 하니까.

어떻게 '비아'를 꼬셔서 술이나 자주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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