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그리스 미술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초 강력 악당 중력이 지배하는 지구에서
가장 안정적인 모양과 구도는 삼각형이다.
가장 완전한 도형이 원이라고 하더라도, 둥근 지구의 중력과 바람과 지진 속에서
원은 허약하고 조마조마하다.
가장 오래된 건축물, 가장 오래된 그림의 구도, 가장 오래된 연인의 관계에
빠지지 않고 삼각관계가 나온다.
내가 삼각관계에 빠지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본래 구차한 거 싫어하고, 쿨~ 함을 넘어서 드라이~ 하게 살아보려고
그리도 냉랭 덤덤하게 사람 막 대하고 그랬건만
어쩌겠어.
처음 보고나서
남자친구가 있는 줄 알게되기까지 2주 동안
이미 쿨~ 함은 녹아 열기가 돌고 드라이~ 한 곳은 물바다가 되버렸는걸.
연인이 나오는 영화 중에서도 삼각관계는 되도록 피하고 보지 않는데,
너무 오래 전부터 우려 먹어온 관계라고 피타고라스 관계나
78각 관계 같은 초현대적 관계라면 모를까 그
구닥다리 3각 관계에 빠지다니.
멋진걸!
남자 친구가 있다길래, 그래도 좋다, 세컨드라도 할게, 했더니
여자저차 해서 남자 친구도 만나고 나도 만나고 그런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5년 된 남자친구로
그녀의 아버지는 결혼 까지도 기대하는 건실하고 성실하고 한결같은 청년이고
나는 그녀의 친구나 가족이 알면 양다리라고 그녀를 손가락질 할까봐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쉬쉬- 하면서 좋아라~ 하는 청년이다.
이왕에 삼각관계라면 내가 정상의 꼭지점이 되고
나를 좋아하는 여자 둘이 양쪽 꼭지점이 된다면 좋을텐데
어떻게 말석의 습기찬 자리가 내 자리가 되었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공식적인 남자친구라는 점,
그리고 이런 저런 장점과,
옹호세력을 지니고 있다.
반면, 나는 도덕적 평가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고 관계상 말석이지만,
그녀의 남자친구는 나의 존재를 모르고, 나는 그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그녀는 대단히 인기가 많아서
남자 친구가 있는 5년 동안 몇 번의 스캔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을 모두 물리쳐낸 것인지, 다만 참고 견뎌낸 것인지는 모르지만,
별로 굳건해 보이지는 않지만 아무튼 일편단심을 보여주는 그녀의 남자친구에게
호감이 간다.
그래서 가급적, 그녀에게 그녀의 남자친구에 대한 건 묻지 않는다.
여러가지 정보들, 그가 섭섭하게 대했던 것, 그가 하는 싫어하는 행동 같은 것,
이런 고급 정보를 이용해서 애정전쟁에서 승리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그저께도 그랬지만,
나와 있다가 남자친구를 만나러 간다거나 그런 일이 있을 경우,
눈과 눈 사이가 팽팽하게 당겨지는 느낌이 들고 어지럽다.
그래도 뭐, 죽을 정도로 괴롭다고 할 수는 없다.
참을 만한 괴로움이고, 담배나 몇 대 술이나 몇 병, 그러면 얼추
그날의 밤은 가라앉는다.
그녀는 내게 말하길,
내가 결국 상처를 받게 될거라고 한다.
나는 그런 거 익숙하다고 말한다.
글쎄.
여기서 잠깐, 왜 그녀는 남자친구가 있으면서 나를 만나며
그녀의 감정에 의문을 가지는 분들을 위해 살짝 힌트를 주자면
( ) 해서
( ) 했는데
( ) 하고
( ) 그런 거다.
아무리 나라도, 아무리 그녀가 단지 세례명 '비아'일지라도,
그리고 내가 붙여준 애칭, Three - B 라고 하더라도,
즉, 그녀가 누군지 공개되지 않더라도
그녀의 얘기를 함부로 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꽤 그녀를 좋아하고 있으니깐.
여러분들은 그녀, 에게 주목하지 말고 삼각관계에 빠져 가장 빛나지 않는 위치에서
사실 꽤 행복해하고 있는 나를 주목하기 바란다.
좋아하고 있고, 기쁘고, 그러면 됐다. 더 이상의 것은 잔여라 생각하고 있다.
질투가 깊어지고, 욕심이 커지면, 나중에는 다르게 될 지도 모르지만,
그러지 않도록 조심은 하고 있고, 그렇게 되면, 또 그렇게 하면 되지.
가급적, 깨지거나 흔들리지 않는 구조인 삼각관계 말고
내 옆이나 그녀의 남자친구 옆에 여자가 더 붙어서
4각이나 5각, 6각관계가 되어서 변수가 늘어나고 불안한 도형으로 흔들리다가
기회가 되면 냉큼
[그녀-나] 의 선분을 만들고 싶기도 하다.
* 내 핸드폰에 저장된 그녀의 닉네임 Three - B 줄여서 T.B. 라고 부른다.
Best. Beauty, Baby.
유치하면 어때, 나는 그녀에게 유치하게 다가가고 있다.
어제는 커피를 마시다가 넙죽 업드려서 머리 쓰다듬어 달라고 했더니
자기는 쑥스러워서 그런 거 못한단다.
언젠가는 쑥을 잘라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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