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참... 문득 내게 부침게를 사주며 술 먹이며 얘기 하던 후배가 생각이 난다.
이 녀석이 내 싸이 홈피를 채운 700 여 개의 글들을 보고서는(물론 지금은 날라갔지, 해커란 참 대단해, 진짜 악당이야,)
그 중에 500 개 이상이 에세이라면서
"형도 차츰 시는 안쓰면서 할 말만 많아지는 구만!"이라고 말했다.
"그러게" 라고 했다.
"그런데 사실 시보다는 에세이가 더 난것 같아."라고 하길래
조용히, 삐졌다.
원고 청탁을 받기는 했는데,
그래도 가급적 모든 자료를 모아 놓고서 그 중에 네 편을 뽑으려고,
대학 때 냈던 문집들을 뒤적였다.
그리고 놀랐지.
나는 대학 때 지금보다 더 시를 잘 썼더라고.
좀 더 진실되고, 좀 더 시적이더라고.
그때는 많이 힘들었으니까.
힘들면 힘든만큼 시는 좋아진다고 누가 그랬는데, 그 말이 맞는가 보다.
나, 사실 대학 8년 다니면서 많이 힘들었고 몇 번이나 그만 두고 싶었는데.
졸업하고 나서, 다시 힘들게 직장생활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몸과 마음이 딱, turn off 되더라고.
그래서 지금은 아주 좋다. 하루 8시간만 일하고. 오후 5시 반이면 퇴근하고.
일은 쉽고, 책이 널려 있는 곳이고, 내 시간도 많이 있으면서,
하루에 2만 원씩을 쓰고, 학자금 할부를 갚고, 핸드폰 비를 내고도 돈이 남으니까...
사실 누가 스트레스만 안주면(결혼 안해? 취직 안해?)
그리고 내가 안 받으면
평온하다.
심지어, 어머니가 생명이 오락~ 가락~ 하시더라도 오히려
대학 때보다는 지금이 편할 정도로...
그때가 힘들었나 melt?
그래 맞아, 늘 어디론가 쫓겨날 것만 같았으니까.
대학에서, 자취집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친구들 틈에서, 나름의 명망에서, 교수들의 인정과 애호 속에서, 장학복지과에서, 결국 퇴출 될 것만 같았지.
그런데 이랬든 저랬든
그때가 시는 끈적끈적하게 잘 써졌지.
지금은 푸석푸석하고 맥아리가 없는데.
그때는 막 오기가 있었던 것도 같고.
행복...하기는 한데 지금. 맥이 빠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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